경영권 방어에 나선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매입에 2조7000억원을 투입하면서 재무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4일 비즈워치가 향후 고려아연의 이자비용과 부채비율 등을 추산해 본 결과, 회사 측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고려아연 측은 "단기적으론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감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7조 투입 고려아연, 부채비율 계산해보니
고려아연·베인케피탈 연합은 공개매수로 최대 18%의 자사주를 확보하기 위해 3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고려아연 2조7000억원, 베인케피탈 4000억원 등이다. 고려아연은 단기 회사채 1조원, 금융 기관 한도 대출 1조7000억원 등으로 재원을 마련한다. 이는 자기자본의 28%에 달한다.
예상 이자율은 최대 7%로, 한 연간 이자 비용은 약 1890억원으로 추정된다. 작년 한 해 고려아연의 이자비용(424억원)의 4배가 넘는 수준으로, 고려아연의 재무 상태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고려아연의 올 2분기 실적 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회사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318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년 이자 비용이 1890억원에 달할 경우 이는 EBITDA의 59.4%에 해당하며, 수익성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통상적으로 이자보상배율(EBITDA 대비 이자비용 비율)이 40%를 초과하면 회사의 수익성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회사 현금으로 이자를 내느라, 다른 투자나 배당에 대한 여력이 감소할 수 있어서다.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은 2024년 6월 말 기준 36.5%였으나, 이번 자사주 매입을 위한 차입으로 인해 연말까지 56.7%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부채비율 상승은 부채 총액이 크게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부채의 증가 속도가 자산의 증가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이는 재무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신용평가사들의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 목표치에 미달하더라도 응모 주식을 모두 사들여 이를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서다.
현금 유동성 측면에선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소각된 자사주는 더 이상 현금화할 수 없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재정적 필요나 위기 상황에서, 현금 유동성이 경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긴급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에서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신용등급과 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려아연과 영풍 간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자사주 매입에 따른 재무적 부담, 이로 인한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주가 변동성 확대 등 다양한 리스크가 가중되고 있고, 정말 중요한 문제"라면서도 "양측은 경영권 획득이라는 치킨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에 대해선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시적 현금 부담, 장기적 감내 가능"
회사 측은 단기간에 부담을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난 2일 열린 간담회에서 "단기적으로 금융부담이 수반되는 어려운 결정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보존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제고하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이번에 추가적인 재무 부담이 있다 하더라도 기존 재무 건전성은 충분히 유지될 것"이라며 "일시적인 저희의 현금 부담은 발생할 수 있으나 장기적인 성장 계획과 과거 실적을 토대로 생각을 하면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