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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쟁여둔 자사주 2.4% '묘수'될까?

  • 2024.10.17(목) 10:32

영풍·MBK 임시 주총 제안하면 고려아연 거부 관측
고려아연, 올해 산 자사주 2.4% 6개월 뒤부터 처분
주총 개최 지연해 자사주 외부에 넘겨 우호지분 확보

지난 14일 끝난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5.34%를 확보한 영풍·MBK 연합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최소 목표치 7%는 채우지 못했지만, 의결권 경쟁에 한발 앞섰기 때문이다. 앞으로 영풍·MBK 연합은 속전속결 전략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최대한 빨리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고려아연 이사진을 장악하기 위해서다.

영풍·MBK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은 이달 23일까지 자기주식 공개매수로 반격에 나서지만, '셈법'은 복잡하다. 우선 공개매수를 통해 자사주를 최대한 확보해야 하지만, 공개매수 대상 대부분이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로, 주총 표 대결에서 밀릴 수 있다. 주총에서 국민연금 등 지지를 받거나 임시 주총 개최 시기를 최대한 늦춰 자사주를 활용해 경영권 방어에 나서는 방안이 관측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17일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주식 5.34%를 결제했다. 기존 보유 지분 33.13%에 더해 총 38.47%를 확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15.65%)와 한화·LG·현대차 우호세력을 다 합친 고려아연 지분 34%를 앞선 것이다. 

이달 23일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 끝나면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임시 주총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진 13명 중 영풍·MBK 연합 측 인사는 장형진 영풍 고문이 유일하다. 영풍·MBK 연합은 '이사는 3인 이상으로 한다'는 고려아연 정관을 활용, 12명의 이사를 새롭게 제안할 수 있다. 이사진 과반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고려아연은 임시 주총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영풍·MBK 연합이 법원에 임시 주총 허가를 신청하게 되고, 주총 개최는 법원의 손에 달리게 된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축소판인 서린상사와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올해 초 고려아연이 서린상사에 대한 임시 주총을 제안했고, 서린상사를 경영해온 영풍은 주총을 거부했다. 법원은 고려아연이 신청한 주총 소집을 허용했고, 결국 고려아연이 서린상사 이사회를 장악했다. 법원이 주총 소집 허가를 판단하는 데 걸린 기간은 2개월가량이다.

고려아연 주총이 열리게 되면 결과는 안갯속이다. 고려아연은 현재 진행 중인 공개매수가 성공하더라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베인케피탈이 공개매수하는 2.5%가 전부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하는 자사주 17.5%(목표치)는 의결권이 없어 주총에선 무용지물이다. 고려아연·베인케피탈 연합 지분 36.5%와 영풍·MBK 연합 38.47%의 표 대결이 펼쳐지게 되면 고려아연이 불리한 것이다. 이 경우 캐스팅 보트는 고려아연 7.83%를 가진 국민연금이 쥐게 된다.

고려아연 입장에선 자력으로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 베인캐피탈이 공개매수 물량을 확대하거나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2.4%를 활용하는 방안 등이다. 고려아연은 신탁계약을 통해 올 5월 9일부터 7월 19일까지 자사주 28만9703주(1.4%)를 1496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지난 8월 7일부터 내년 5월 7일까지 4000억원의 자사주를 살 계획이었지만 1125억원어치(1%)를 사는 데 그쳤다. 지난달 13일 공개매수가 시작되자 자사주 매입이 중단되면서다. 

신탁계약 자사주 매입의 경우 계약일 기준 6개월 경과를 따지기 때문에 오는 11월에는 고려아연이 자사주 1.4%를 처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1.4%를 외부 우호세력에 넘기게 되면, 영풍·MBK 연합은 소송으로 제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자사주 1%도 내년 2월께에는 외부에 처분할 수 있을 전망이다. 결국 주총 개최, 자사주 처분 등 소송 결과에 따라 경영권 분쟁 향방이 갈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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