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연합이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지분 5%를 추가 확보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무게중심이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고려아연이 보유한 자사주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 MBK-영풍은 기존 영풍 보유 지분(33.13%)에 공개매수로 확보한 5.34%를 포함 총 38.47%를 확보했다.
반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특수관계인(15.65%)과 우호지분(현대차·한화·LG화학 등) 포함 34.01%를 가지고 있다. 최 회장 특수관계인 가운데 경원문화재단이 보유한 지분(0.04%)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임원 선·해임 등 주요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최 회장 측의 실질 지분율은 33.98%로 봐야한다.
23일까지 진행하는 자사주 공개매수를 계획대로 완료하면, 고려아연과 손 잡은 베인캐피탈이 확보할 지분(2.5%)도 새로운 우호지분이 되지만, 그 전에 영풍이 제기한 '자사주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이 변수다.
법적 불확실성을 떠나 현 시점에 양측 지분율 차이가 4.5%포인트 벌어진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현재 보유한 자사주 2.41%(49만9696주)가 주목받는다.
고려아연의 자사주는 현재 신탁계약으로 묶여 있다. 공개매수로 취득 예정인 자사주와 달리 의무 소각 대상은 아니다. 따라서 우호세력에 넘겨서 최윤범 회장 측 의결권을 보강하는데 사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올해 5월, 8월 연속적으로 한국투자증권과 자사주취득신탁계약을 체결했다. 5월 계약으로 1.4%(28만9803주), 8월 계약으로 1.01%(20만9993주)를 각각 확보해 총 2.41%를 신탁계약으로 보유중이다.
5월 계약의 만료일은 11월 8일(계약기간 6개월), 8월 계약의 만료일은 내년 5월 7일(계약기간 9개월)이다. 따라서 5월 계약으로 취득한 1.4%는 계약 만료시점인 11월에 외부 우호세력에게 매각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자본시장법령과 금융위 유권해석을 종합하면 불가능하다.
고려아연이 해당 자사주를 처분할 수 있는 시점은 빨라야 내년 2월이다. 고려아연처럼 연속적으로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할 때는 마지막 계약(취득)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야 처분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5월 계약으로 취득한 자사주도 8월 계약일을 기준으로 삼아 6개월 뒤인 내년 2월부터 처분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고려아연이 현재 보유중인 자사주 2.41%를 내년 2월까지 외부 우호세력에게 넘겨 우호지분으로 탈바꿈하는건 불가능하다. 내년 2월은 정기주총 의결권 기준일(2024년 12월 31일)이 지나는 시점이므로, 내년 정기주총 의결권으로 사용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당연히 정기주총 이 전에 MBK가 제기할 것이 유력한 임시주총에서도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예외조항은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서 주권상장법인은 원칙적으로 자사주 취득(신탁계약 체결)후 6개월간 처분 금지하고 있지만, 임직원에게 상여금으로 자사주를 교부하는 경우 '취득후 6개월'이란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 예외 사항이다. 임직원에 대한 공로금·장려금 지급이나 근로복지기금 출연, 우리사주조합에 넘기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고려아연은 5월 자사주신탁계약을 체결때 취득 목적을 '주식소각 및 임직원 평가보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때 취득한 자사주 1.4%(28만9703주)는 신탁계약이 정상적으로 끝나는 11월초 실물로 반환(직접 보유)받아 임직원 평가보상용으로 쓸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8월 자사주신탁계약으로 취득한 자사주 1.01%(20만9993주)는 계약이 내년 5월까지다. 상여금 지급이란 예외규정이 있더라도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중도해지 후 상여금 지급'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8월 계약건은 아직 계약 만료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법 해석을 좁혀서 해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전부를 당장 우호지분으로 돌릴 수는 없어도 1.4%만이라도 '임직원 백기사' 카드로 활용한다면, MBK-영풍 연합과의 지분율 격차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말 기준 고려아연 임직원은 약 1800명이어서 1인당 평균 1억원 남짓 자사주 상여금 또는 우리사주조합 출연 등의 방식으로 자사주 1.4%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 흔히 볼수 있는 사례는 아니지만, 초유의 경영권 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예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