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던 금값이 주춤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런던 국제거래소 금값은 온스당 300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국내 KRX금시장에서도 지난 4일 2.71% 하락한 후 3거래일 연속 금값이 하락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 여파로 주식시장이 패닉 공포에 폭락한데 이어 안전자산의 대표 격인 금값마저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금값 하락은 현금 유동성 탓, 저가매수 기회"
가파르게 오르기만 하던 금값이 한풀 꺾이면서 매수와 매도 타이밍에 대한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값 하락이 일시적이며, 상승여력이 여전하므로 지금이 매수 기회라고 평가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금값 하락에 대해 "일시적인 것"으로 평가하며 "추세적으로 빠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이 저가매수의 기회"라고 분석했다.
황 연구원은 "최근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과도하게 커지면서 손실에 직면한 투자자들이 현금유동성을 마련하기 위해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 금값 하락요인"이라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통화정책 등을 고려하면 올해 연말과 내년까지의 금값 강세전망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고환율에 재미봤던 KRX금시장, 앞으로는?
금값 변동이 미국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에 금 투자를 위해서는 환율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환율이 크게 뛰면서 국내 금시장에서의 투자수익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2024년 연간 국제 금값은 26.3% 올랐지만, KRX 금현물 가격은 42.2% 뛰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으면서 환차익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금값을 기초지수로 하는 ETF와 ETN등 다른 금 투자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상품거래소(COMEX) 금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한국투자증권의 한투 금선물 ETN(상장지수증권)은 지난 7일 기준 1년 수익률이 36.52%인 반면, KRX 금현물 가격을 기초지수로 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 금현물 ETF(상장지수펀드)는 1년 수익률이 41.11%에 달했다.

달러기반으로 환헤지(hedge)가 적용된 경우에는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ETF 중에서도 COMEX 금선물을 기초지수로 하면서 환헤지가 적용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골드선물(H) ETF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골드선물(H) ETF는 지난 7일 기준 1년 수익률이 각각 25.79%, 26.89%로 수익률이 KRX금현물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같은 달러 기반이라면 환율방어 없이 달러상승의 이익까지 받는 금 투자처가 더 유리했고, 국내 금시장 가격을 따르는 상품은 원화기준 수익이 더 극대화되는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도 달러강세가 계속되리라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달러값이 안정세를 보이기도 했고, 국내에서도 탄핵 이후 정치상황이 변하면서 원화가치가 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환율 판단이 어렵다면 환헤지 금상품이 더 눈에 들어 올 수 있다. 국내에 상장된 골드선물(H) ETF의 경우 환헤지 상품이어서 환율 변동성에 대한 고민 없이 국제 금값만 판단해 투자하면 되기 때문이다.
황병진 연구원은 "금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본다면, 환율 변동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금 투자처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달러 환율상승(달러 강세)시 KRX금현물 또는 금현물ETF에 투자하는 것이 맞고, 환율 하락(달러 약세)시 환헤지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