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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대선 돌입…거래소·예탁원 등 증권 기관장 거취 '촉각'

  • 2025.04.09(수) 07:00

거래소 정은보, 조기사임 전철?...밸류업 과제 속 임기보장 가능성도
尹캠프 출신 윤창현·이순호…관료출신 김정각 '낙하산 논란' 속 촉각
금투협회장 정치적 입김 덜하지만...서유석 회장 정책 동력은 약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증권 유관기관 수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권 교체기마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임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8일 국무회의를 열어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따라 치러지는 21대 대통령 선거일을 6월 3일로 확정했다.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된 유관기관 수장 교체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등 증권 유관기관의 최고경영자(CEO) 교체는 반복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넘어가던 시기 같은 보수정당내 정권 교체였음에도 거래소 수장이 중도 하차했다. 이명박 정부 2년차인 2009년 12월 취임한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연임에 성공해 2013년 12월까지 임기를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MB맨'으로 분류되며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5월 중도 사의를 표명했다.

같은해 김경동 예탁결제원 사장과 우주하 코스콤 사장도 임기 도중 나란히 물러났다.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증권 유관기관장이 줄줄이 교체되는 흐름이 이어진 것이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에도 유사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 10월 취임했다. 정찬우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금융권의 대표적 '친박' 인사로 꼽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8월 사의를 표명하며 11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공교롭게 정은보 현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금융감독원장 시절 정권 교체와 함께 중도 사의를 표명한 적이 있다. 정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금감원장으로 임명됐으나 임기 10개월만인 2022년 5월 정권교체로 직후 사의를 표명했고, 뒤를 이어 이복현 현 금감원장이 취임했다.

정권별 증권 유관기관장 임기 현황

이번에도 교체되나…기관별 수장 거취 주목

정권 교체 시 사의를 표하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지는 상황에서 이번에도 기관별 수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작년 2윌 취임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027년 2월까지 임기가 남아있지만 조기대선 결과에 따라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정권이 바뀔 때 거래소 이사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한 경우가 자주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정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뒤 윤석열 정부에서 거래소 이사장으로 임명된 이력이 있어 어느 한쪽에 편향된 정치색을 띄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여야 모두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한국거래소가 추진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긍정적 평가를 받을 경우 임기 만료때까지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문재인 정부 시절 취임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임기를 끝까지 마친 바 있다.

윤창현 코스콤 사장의 거취도 눈길이 쏠린다. 작년 9월 취임한 윤 사장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을 거쳐 윤석열 캠프에서 경제정책본부장을 맡은 이력으로 인해 보은성 인사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정권 교체 시 자연스럽게 교체 대상으로 거론될 수 있다.

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의 거취도 관심이다. 2023년 3월 취임한 이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금융연구원 출신의 이 사장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 경제 분야 싱크탱크에 참여했다. 당시 싱크탱크를 주도한 인물이 김소영 현 금융위 부위원장이다. 이러한 경력으로 이순호 사장 취임때 보은성 인사 논란이 제기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도 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다른 기관 수장보다 잔여 임기가 짧다는 점은 변수다.

취임 1년 차인 김정각 한국증권금융 사장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김 사장의 취임 당시에도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부 있었다. 다만 다른 기관장에 비해 뚜렷한 정치적 이력이 없고, 관료시절 자본시장 관련 부서를 두루 거친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역대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정권 교체 후 사퇴한 것은 정지원 전 사장뿐이라는 점도 변수다. 이 조차도 정 사장이 사퇴 직후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거취를 옮기면서 사실상 승진한 성격이 강하다. 금투협회장, 정치적 입김 덜하지만 정책 동력은 약화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로 9개월 남았다. 

금융투자협회장은 보은성·낙하산 인사 논란이 잦은 다른 유관기관과 달리 증권·자산운용사 등 회원사의 직접 투표로 선출하는 구조라 정치적 입김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다만 정권 교체가 연임에 영향을 준 사례는 있다.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내가 살아온 과정이 현 정부 인사들과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그동안 금투협회장은 연임 사례가 없는 만큼 서 회장도 올해 말 임기를 끝으로 물러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서 회장의 잔여임기 동안 주요 공약에 대한 추진력은 현저히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를 대변하는 금투협은 정부 및 여야 정치권을 대상으로 주요 정책을 제안하는 입장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용돌이 속에서 정부와 국회의 지원이 필요한 공약 이행이 줄줄이 늦어지고 있다.

서 회장이 임기 초부터 언급해 온 법인지급결제 및 기업성장투자기구(BDC) 도입이 요원한 가운데 업계 요청이 잇따르고 있는 디딤펀드의 디폴트옵션 편입도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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