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정 부회장은 그룹의 주요 경영 사안을 '깜짝 소식'이라는 형식을 빌려 예고해왔습니다. 이마트위드미의 '이마트24' 개편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정 부회장은 "한 달 안에 위드미와 관련해 깜짝 놀랄만한 소식을 전하겠다"고 장담했고, 실제로 신세계그룹은 편의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렇다면 정 부회장이 작년 말쯤 발표하겠다고 했던 깜짝 소식은 무엇이었을까요? 업계에서는 온라인 관련 사업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당시 정 부회장이 11번가 인수를 검토햤다고 밝히면서 '깜짝 소식'을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사업은 정 부회장이 신세계가 향후 반드시 선도해야 할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신세계가 11번가 인수를 검토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신세계그룹은 2014년 정 부회장 주도로 흩어져있던 그룹 내 온라인 쇼핑몰을 하나로 통합해 SSG.com을 출범시켰습니다. 이후 신세계는 SSG.com 투자를 계속 확대해왔습니다. SSG.com의 매출은 지난 2014년 1조원대 초반에서 2016년 1조7000억원대까지 성장했습니다. 정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온라인 시장은 국내 유통업체들이 모두 고민하는 지점입니다. 각종 간편 결제서비스가 생겨나고, 소비 트렌드가 급격하게 변하면서 온라인 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유통업체들의 오프라인 매출의 전년대비 증가율은 평균 2.86%였던 반면 온라인은 12.7%에 달했습니다. 온라인 매출이 성장률이 오프라인보다 4배가량 높았던 셈입니다.
신세계는 11번가 인수를 내부적으로 심도 있게 검토했었습니다. 11번가를 인수하면 국내 오픈마켓 시장에서 이베이에 이어 단숨에 2위에 올라설 수 있습니다. 온라인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정 부회장에겐 매우 매력적인 아이템입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신세계의 11번가 인수 추진은 없던 일이 됐습니다.
이후 신세계의 행보는 더욱 바빠졌습니다. 내부적으로 온라인 확대를 위해서는 기존 역량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시선을 외부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인수를 통해 온라인 기반을 확대하고 시장의 규모를 키우자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신세계에서 여러 이커머스 업체들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쿠팡과 티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우 철저히 온라인을 기반으로 합니다. 나름의 브랜드 파워는 물론 시장 장악력도 갖췄습니다. 다만 수익성이 좋지 않아 고전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신세계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 법한 매물들입니다. 이들이 그동안 닦아 놓은 온라인 기반에 신세계의 자금력과 마케팅력을 접목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하지만 신세계의 실무 부서에서 검토한 결과 시너지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신세계의 투자 속성상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신세계는 불확실성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기업이 아닙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몇몇 이커머스 업체들을 염두에 두고 접촉했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지 못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에는 신세계가 신선식품 쇼핑몰인 마켓컬리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마켓컬리는 채소나 과일, 정육 등 식재료부터 반찬까지 밤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집 앞에 배달해주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신세계는 마켓컬리가 가진 콘텐츠가 신세계와 맞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켓컬리는 신세계와 마찬가지로 고급 식자재를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마켓컬리는 최근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플랫폼을 원하는 신세계에게 마켓컬리는 무척 매력적입니다. 업계에서 신세계가 마켓컬리의 기업공개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할 것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신세계의 반응은 조심스럽습니다. 신세계 관계자는 "온라인 사업 확대의 필요성은 모두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구체적으로 움직이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세계의 반응은 조심스럽지만 신세계가 온라인 사업 확장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SSG.com을 중심으로 무언가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유야 어찌 됐건 온라인 사업 확장은 신세계에게 당면 과제입니다. 신세계에서는 현재 돌고 있는 각종 소문에 대해 단순한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온라인 사업에 대한 큰 그림이 나와야 할 때입니다. 정 부회장은 미뤄진 '깜짝 소식'을 언제쯤, 어떤 내용으로 들고 올까요? 무척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