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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붉어지는 사람은 술이 약할까

  • 2022.03.06(일) 10:25

[食스토리]아시안 플러시 증후군의 모든 것
분해효소 없으면 아무리 마셔도 주량 안 늘어
'절대 금주'까지는 아니라도 '선'은 지켜야

/그래픽=비즈니스워치

[食스토리]는 평소 우리가 먹고 마시는 다양한 음식들과 제품, 약(藥) 등의 뒷이야기들을 들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음식과 제품이 탄생하게된 배경부터 모르고 지나쳤던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스토리들을 풀어냅니다. 읽다보면 어느 새 음식과 식품 스토리텔러가 돼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술은 우리의 일상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즐거운 일이나 우울한 일이 있을 때 술은 최고의 친구죠. 때로는 친구들과의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촉매이기도 합니다. 치맥은 야구 경기를 더 즐겁게 볼 수 있게 해주고, 와인은 자신만의 시간을 풍요롭게 해주죠.

술을 마신 사람의 모습은 제각각입니다. 누군가는 소주 반 잔에 얼굴이 새빨개집니다. 그 옆의 친구는 병나발을 불면서도 얼굴색에 아무 변화가 없고요. 우리는 보통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술이 약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주량과 얼굴색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먼저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이유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알코올은 소화 과정에서 알코올탈수소효소(ADH)를 통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됩니다. 이 성분이 우리를 취하게 만들고 숙취를 느끼게 하는 원흉입니다. 게다가 아세트알데히드는 혈관을 확장시키는 염증 물질 '히스타민' 분비를 촉진시킵니다. 혈관이 확장되면 얼굴에 혈액이 몰려 얼굴이 붉어지게 됩니다. 이런 증상을 '알코올 홍조 반응'이라 합니다. 주로 서양인보다 동양인에게 많이 나타나 '아시안 플러시 증후군'으로 불리기도 하죠. 왜 그런 걸까요.

아세트알데히드는 알데히트탈수소효소(ALDH)로 분해돼 인체에 무해한 아세트산이 됩니다. ALDH는 유전자가 만드는 효소입니다. 알코올 분해 유전자가 없거나, 활성화되지 않은 사람은 ALDH가 부족해지죠. 동양인 절반 정도는 이 유전자가 없습니다. 아시안 플러시 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입니다. 결론도 났습니다. 술을 마실 때 얼굴이 붉어진다면 유전적으로 술이 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붉은 얼굴의 주당'이 특이한 유형이고요.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술을 마시고 얼굴이 붉어졌다가 잠시 후 정상으로 돌아오는 사람은 더 위험합니다. 이들은 얼굴색이 회복되면서 주량이 크게 늘어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는 자율신경의 균형 작용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알코올로 확장된 혈관을 부교감신정이 진정시킨 결과라는 설명입니다. 몸은 취하고 있는데, 반응만 둔해지는 셈이죠. 이런 사람들은 주량 이상으로 술을 마시게 됩니다. 다음날 엄청난 숙취로 고생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운명이고요.

술이 약한 사람은 단지 음주 후 피부 트러블도 더 자주 겪게 됩니다. 알코올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 활동을 억제해 감염에 취약하게 만듭니다. 분해 과정에는 피부 건강에 필요한 비타민과 항산화제를 끌어 쓰기도 하고요. 탈수 증상까지 일으켜 피부를 건조하게 만듭니다. 술이 약한 사람은 이런 악영향을 보통 사람보다 크게 받습니다. 음주 다음날 피부에 무엇인가 자주 나는 사람은 되도록 술을 적게 마셔야 합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술이 약한 환자들은 음주 후 알데히드의 영향으로 최근 레이저 시술을 받거나 상처가 아문 부분이 붉게 올라오거나 가려워지곤 한다"며 "이를 방지하려면 음주 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가려운 곳을 긁는 대신 로션이나 쿨링으로 진정시켜주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주량은 술을 많이 마신다고 절대로 늘지 않습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알코올 홍조 반응을 없앨 수는 있을까요. 아쉽지만 불가능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유전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무리 술이 약한 사람이라도 꾸준히 마시다 보면 어느 정도 주량이 는 것처럼 느낄 수는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체질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알코올의 자극에 익숙해지면서 얼굴이 덜 붉어지고, 덜 취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건강은 주량이 느는 속도보다 더 빨리 망가질 테고요. "술은 마실수록 는다"고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얼굴이 붉어진다고 술을 반드시 끊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적당히 제어하면 '알쓰(알코올 쓰레기,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도 건강한 음주가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주로 마시는 게 좋습니다. 음주량은 소주 기준으로 반병 정도가 적당합니다. 안주는 알코올 흡수율을 낮춰주는 만큼 꼭 먹어줘야 합니다. 물과 음료수를 곁들여 주면 탈수 증상도 예방할 수 있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사람에게 술을 강권하지 않는 ‘매너’입니다.

코로나19 엔데믹이 곧 온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각국 정부도 이를 대비해 방역 조치를 빠르게 완화하고 있고요. 또 다른 변이종 등장 등의 변수만 없다면 일상이 돌아올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미뤄왔던 술자리도 잡히고, 반가운 마음에 크게 취하는 날도 종종 있을 겁니다. 기대되는 일입니다. 다만 흥에 취해 주량 이상으로 무리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며 마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술은 즐기는 것이지, 버티는 것은 아니니까요.

*[食스토리]는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가고픈 콘텐츠입니다. 평소 음식과 식품, 약에 대해 궁금하셨던 내용들을 알려주시면 그 중 기사로 채택된 분께는 작은 선물을 드릴 예정입니다. 기사 아래 댓글이나 해당 기자 이메일로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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