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설립된 CJ제일제당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내달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대표제품 중 하나인 햇반 생산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햇반 생산의 60%를 전담하는 부산 공장도 멈출 가능성이 제기되서다. 노조 관계자는 "부산공장까지 파업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이 임금인상안 등을 수용하지 않으면 내달부터 총파업 출정식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햇반' 생산 차질 생기나?
25일 CJ제일제당 노조에 따르면 이들은 다음달 서울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가질 계획이다.
지난 18일까지 사측과 44차례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지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자 전체 파업을 예고한 것이다. 앞서 노조는 작년 10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쟁의권을 확보하고, 11월 임시 총회를 열어 총파업을 결의했다. 쟁의 행위 찬반 투표 결과, 96% 이상 조합원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포괄임금제 폐지 △상여금 연 16.6% 지급 △노동시간·휴일·휴가 개선 △노조활동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총파업이 현실화되면 인천·남원·양산 공장에서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인천 공장은 설탕 등 당류, 양산공장은 제분, 남원공장은 면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노후시설 정비를 마치고 재가동을 앞둔 부산공장까지 파업이 확산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부산시 사하구에 위치한 부산공장은 햇반 생산 60% 이상을 담당하는 대규모 생산시설이다. CJ제일제당은 작년 하반기부터 진행한 부산공장 노후 시설 정비를 완료하고 다음달 초부터 재가동할 계획이었다.
노조 측은 부산공장 대의원 선출이 완료되면 시기에 맞춰 부산공장 파업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CJ제일제당 노조 관계자는 "노조와 소통하는 대의원 선출이 늦어지고 있지만, 부산 공장까지 파업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 측은 "진천 공장뿐 아니라 다른 사업장에서도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회사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부산공장까지 파업이 확장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있다. 지금까지 파업이 충북 진천 공장에서만 진행됐고, 부산 공장은 노조 규모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젊은 사원이 많은 진천공장에 비해 부산 공장은 노조가 파업을 진행할 수 있을 만큼 활성화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생긴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1953년 설립 이후 약 70년 동안 무노조 경영을 이어오다 작년 3월 처음으로 노조가 결성됐다.
노조는 이달 초 진천공장 김치라인과 냉동피자 생산라인 등에서 두 차례 부분파업을 단행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 생산직 근로자들이 무노조 경영 상황을 깨고 사측과 본격적인 교섭 활동에 나선 것이다. 당시 파업 참여 조합원은 100여명 정도 소규모 알려져 생산차질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천공장은 현재 비비고 김치를 비롯해 두부와 육가공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CJ제일제당 노조원은 1000여명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전체 임직원은 8000여명이다. 이 중 생산 현장직 근무자는 3000여명이고, 노조원 대부분은 생산직 근로자로 구성됐다. 노조 측은 협의 타결까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노사 간 갈등이 지속되면 성수기 식품 생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노조 관계자는 "식품 성수기에 맞춰 파업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실적 반등이 절실한 CJ제일제당 입장에선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달 부분파업은 생산 차질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대체인력 수급이 어려운 성수기 시즌에 파업이 확대된다면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올 1분기 두자릿대 매출 증가세를 보인 타 경쟁사 대비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식품사업 매출은 2조7596억원으로 5.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1% 감소한 1340억원으로 기록했다. 국내사업이 부진하면서 전반적인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