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SSG닷컴 등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이 잇따라 명품 플랫폼을 품었다. 이에 따라 발란, 트렌비 등의 주요 버티컬 명품 플랫폼들은 쿠팡과 SSG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짜기에 나섰다. 해외 명품플랫폼과 손잡은 이커머스들과 달리, 직매입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 제고와 중고명품 사업 강화 등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커머스 공룡들에 대항할 전략은
쿠팡이 글로벌 1위 명품 플랫폼 '파페치(Farfetch)' 인수했다. 쿠팡은 이제 공산품, 신선식품 등에 이어 명품에도 빠른 배송 전략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은 이달 글로벌 남성 럭셔리 플랫폼 '미스터포터', 여성 럭셔리 플랫폼 '네타포르테'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브랜드관을 열었다. 국내 미발매 아이템 등 희소가치가 높은 상품을 선보여 상품 다양성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버티컬 명품 플랫폼들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발란의 '다이나믹 프라이스' 론칭도 그 일환이다. 핵심 전략은 '시장 최저가'다. AI(인공지능)가 동일 아이템의 시장 최저가를 조사하면 그를 바탕으로 발란 가격 검수팀이 최종적으로 최저가가 맞는지 검수해 상품을 업로드한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개발자들이 500만여 개의 온라인 상품 카탈로그를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은 탭에 일일이 들어가야 했다면 이제는 고객이 전체 상품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원하는 상품을 바로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아울러 발란은 직매입 비율을 줄이고 오픈마켓을 강화했다. 발란의 총 거래액 중 직매입은 10%, 오픈마켓은 90%를 차지하고 있다. 재고 부담을 줄이고, 오픈마켓 셀러들을 강화해 상품 구성을 다양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트렌비는 상품 소싱 확대와 함께 오프라인 중고 명품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해 스타필드 고양점에 중고명품 팝업스토어를 연 데 이어 올해도 오프라인 접점을 늘릴 계획이다. 새 상품을 판매하는 기존 사업보다 중고 사업이 더 좋은 사업 모델이라고 판단한 결과다.
트렌비에 따르면 새 상품을 구매하는 이들은 연간 90만원, 중고 명품을 거래하는 이들은 530만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 명품 구입에 새 상품 구입보다 6배 가량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셈이다. 마진율도 새 상품보다 중고 명품이 2배가량 높다는 것이 트렌비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트렌비는 자사 앱과 홈페이지의 UX/UI도 중고명품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개편했다. AI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지난해 3월 론칭한 '마르스 AI'를 통해 정가품 감정에 공을 들였다. 또 '클로이 AI'가 고객이 판매하려는 수 천가지 제품의 중고가격을 자동으로 책정한다.
중고명품 플랫폼 구구스는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전국에 25개의 직영 매장을 보유한 데 이어, 오는 3월에는 한남점을 신규 오픈한다. 온라인 사이트도 올해 상반기 리뉴얼한할 계획이다. 작년 11월엔 현대백화점과 ‘바이백(buy back) 서비스’를 론칭하기도 했다. 소비자가 현대백화점에서 구매한 명품을 구구스를 통해 중고로 판매하면 판매대금을 현금과 H.포인트(현대백화점 포인트)로 받는 구조다.
시장 회복세에 승자
시장 내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업체들의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전략은 더욱 정교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온라인 명품 구매 수요는 코로나19 이후 트렌드로 자리 잡았던 보복소비 시기 보다는 한풀 꺾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일부 플랫폼의 거래액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시장 상황이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발란의 경우 거래액이 가장 저점이었던 작년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거래액이 20~30%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구스도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2153억원의 거래액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19.7% 성장한 수치다. 트렌비의 작년 중고 명품 거래액은 500억원이었다. 트렌비의 서비스 론칭 3년 간 누적 거래액이 1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3년 만에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진 셈이다. 트렌비 관계자는 "올해는 작년 대비 두 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 다양성을 늘리기 위해 해외 명품 플랫폼과 제휴하는 추세"라면서 "하지만 빠른 배송을 위해 직매입 구조를 택할 경우, 재고처리가 골칫거리로 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 명품 플랫폼들은 1차 도매상인 부티크로부터 직매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부티크들이 인기있는 상품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잘 안 팔리는 재고도 끼워파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이들은 가격을 중시한다"며 "가격 경쟁력은 물론 정품 검증, 빠른 배송, 환불·교환 등의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