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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내 반려견은 물개일까…강아지숲에 열린 '댕터파크'

  • 2024.07.15(월) 16:43

춘천 강아지숲 '네이처풀' 개장
2개 풀·다양한 부대시설 보유
강아지숲 시설도 이용 가능해

춘천 강아지숲 네이처풀 대형 풀 전경/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물개냐 물개가 아니냐

옛날 이야기를 보다 보면 위험에 빠진 주인을 구하는 반려견 이야기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풀밭에 불이 난 줄도 모르고 취한 채 자고 있던 주인을 구하고 대신 죽은 오수의 개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초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물에 빠진 주인을 구한 반려견 이야기는 세계 각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물 근처에도 가기 싫어하는 고양이와 다른, 반려견만의 장점(?)이다. 

하지만 요즘의 반려견들은 물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싫어한다기보다는 무서워한다고 해야 할까. 집 안에서 키우는 반려견들은 옛날처럼 개울이나 냇가, 혹은 하수(!)에서 수영을 배울 기회가 많지 않다. 물을 접할 때는 목욕을 할 때나 바다에 놀러 갈 때 정도다. 물을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가 없는 환경이다.

강아지숲 네이처풀에서 수영(?) 중인 밤톨/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하지만 반려견과 함께 수영을 하는 건 모든 견주의 로망이다. 그렇다고 일반 수영장이나 사람이 많은 바다에서 수영을 하는 건 여러모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여름철 수영장이 있는 애견펜션은 언제나 만원이다. 그나마도 규모가 크지 않은 간이 수영장이 대부분이다. 우리 아이가 마음 편히, 시원하게 수영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어디 없을까.

춘천의 반려견 테마파크 '강아지숲'이 매년 여름 운영하는 네이처풀은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모범답이다.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반려견과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건 기본이다. '반려견' 수영장답게 반려견을 위한 공간과 편의시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기존 강아지숲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것도 다른 반려견 수영장과 차별화되는 장점이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돌파했던 지난 주말, 기자의 반려견 '여름이', '밤톨이'와 함께 강아지숲 네이처풀을 찾았다. 우리 아이들은 과연 물개일까? 궁금했다.

물만 채웠다고 수영장이 아니죠

강아지숲은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반려견 테마파크다. 자연 산책로와 반려견의 크기별로 따로 운영되는 잔디 운동장, 반려견용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와 식당, 반려견을 테마로 한 박물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여름 시즌인 6월부터 9월까지는 반려견 수영장 '네이처풀'을 운영한다. 

수영장은 직선 길이 50m의 대형 풀과 20m의 소형 풀로 나뉘어 있다. 주변에 울창한 나무와 풀숲을 꾸미고 나무 데크, 돌바닥재 등 자연을 닮은 건축 소재를 사용해 인위적인 느낌을 최소화하고 자연 호수에서 물놀이를 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는 설명이다. 

풀이 2개인 만큼 낯을 가리는 '아싸' 반려견이라면 상대적으로 덜 붐비는 작은 풀을 선택한다든지, 수영을 잘 하는 '물개'라면 장거리 수영을 할 수 있는 대형 풀을 선택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맞춰 이용할 수 있다. 물론 두 풀을 오가며 수영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기자의 경우 15살인 여름이와 2살인 밤톨이 모두 수영을 해 본 경험이 많지 않아 작은 풀을 선택했다.

강아지숲 조감도. 빨간 원 안이 네이처풀 구역/사진=강아지숲 홈페이지

깊이는 두 풀 모두 1.2m로 성인에게 허리 정도 오는 깊이다. 반려견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도 튜브 등을 이용해 수영을 하기 좋다. 물 온도가 너무 차가워 입수하기 꺼려지는 수영장도 많은데, 너무 차갑거나 미지근하지 않은 적당히 시원한 온도였던 것도 좋았다. 수영장 주변에 반려견이나 어린아이가 미끄러져 빠지는 일이 없도록 미끄럼 방지 카페트를 깔아 둔 것도 세심한 배려다. 

가장 좋았던 점은 수질 관리였다. 반려견을 기른다고 반려견 털이 둥둥 떠다니는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다양한 반려견이 들락날락하는 만큼 이물질 관리가 더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영장은 자동 여과기에만 의존한다. 관리자가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반면 네이처풀은 처음 이용할 때부터 마지막까지 물이 깨끗하게 유지됐다.

네이처풀의 작은 풀. 상대적으로 조용히 즐길 수 있다/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직원들의 접객도 매우 좋았다. 식당이든 카페든 마음 편히 환대받으며 이용할 수 있다는 건 강아지숲과 네이처풀을 재방문하는 가장 큰 이유다. 수영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햇볕에 달궈진 바닥에 물을 뿌리고 이물질을 제거하는 등의 청소는 물론 문의사항 등에 대한 대응도 훌륭했다.

대형견이 이용하는 날과 중소형견이 이용하는 날을 구분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중소형견을 기르는 사람들은 대형견이 혹시라도 무는 일이 생길까봐 불안한 경우가 많다. 대형견주 역시 대형견을 무서워하는 반려견이나 견주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놀지 못하는 상황이 흔하다. 아예 대형견은 받지 않는 곳도 꽤 있다. 네이처풀은 이용일을 달리 배치해 대형견이든 소형견이든 마음 편하게 수영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있을 건 다 있다

네이처풀의 최대 장점은 말 그대로 '수영장' 뿐인 다른 반려견 수영장들과 달리,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수영장 옆에는 방갈로와 파라솔, 선베드가 있어 취향에 맞는 시설을 빌려 사용할 수 있다. 방갈로와 선베드는 수영장 바로 앞에 있어 수영을 즐기다가 바로 쉴 수 있고, 파라솔은 다른 반려견이 접근하는 게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단차를 두고 높게 자리잡았다.

수영장 내부에는 '카페 여름'이 있다. 아메리카노 등 음료는 물론 반려견용 '아지라떼'와 '아지빙수'도 판매한다. 수영 후 '아지라떼 한 잔'을 거부할 강아지는 많지 않다. 반려견용 구명 조끼를 대여하거나 튜브·간식 등도 구매할 수 있다. 수영장 옆 반려견 동반 식당에서는 식사를 하거나 간식거리를 구매해 방갈로와 파라솔에서 먹을 수도 있다. 

네이처풀의 방갈로와 운동장/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수영장 바로 옆에는 300평이 넘는 잔디 운동장이 있다. 수영 후 젖은 몸을 말리기에 이보다 좋은 방법이 있을까. 축축하게 젖은 털도 잔디 운동장을 달리다 보면 어느새 뽀송하게 말라 있다. 달리기가 부담스러운 노견이라면 네이처풀에서부터 입구까지 이어지는 강아지숲의 반려견 산책로를 이용하길 추천한다. 바닥에는 야자매트가 깔려 있어 미끄럽지 않고 중간중간 노즈워크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 심심하지 않다. 

개선할 점들도 눈에 띈다. 분실 우려가 있겠지만 반려견 샴푸나 타월 등을 제공하지 않는 점은 아쉽다. 단차가 높은 방갈로에는 반려견용 계단 정도는 준비할 필요가 있다. 물이 넘치는 수영장이긴 하지만, 식수대나 물그릇 정도는 따로 제공해도 좋겠다. 

사람용 샤워실에 반려견 동반이 불가능한 점도 불편 사항이다. 반려견을 데리고 혼자 방문했을 경우 반려견을 수영장이나 운동장에 두고 씻고 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식당 앞에 반려견 목줄을 걸어둘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수영 후 단잠을 자고 있는 여름이와 밤톨이/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아참, 여름이와 밤톨이는 결국 수영을 마스터하는 데 실패했다. 물에 들어가면 본능적인 개헤엄을 치며 앞으로 달려나갔지만 눈에는 원망의 눈빛이 가득했다. 팔을 할퀴며 몸으로 기어오르는 아이들을 차마 물 속에 계속 둘 수가 없었다. 우리 아이들이 물개가 되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럼에도 네이처풀은 반려인의 여름에 빠질 수 없는 방문 포인트다. 앞선 강아지숲 리뷰에서는 입장료가 다소 비싸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여기에 수영장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되면 갑자기 '가성비 끝판왕'이 된다. 최근 도입한 연간회원권은 가성비를 더 높여 주는 아이템이다. 연 3~4회만 방문하더라도 본전 이상을 뽑을 수 있다. 춘천 인근에 사는 반려인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고, 1시간 이내 거리여도 '강추'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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