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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LG생건도 '노크'…다이소, 뷰티업계 새 판 깔았다

  • 2024.09.09(월) 15:33

다이소, 초저가 뷰티 시장 공략 중
아모레·LG생건도 나란히 입점해
기능성 유지하면서 가격 낮춰

그래픽=비즈워치

CJ올리브영이 주도하는 중저가 뷰티 시장에 다이소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생·저가 브랜드 위주였던 상품 구성도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의 참여로 구색을 갖췄다. 다이소의 특징인 '5000원 이하' 초저가를 유지하면서도 핵심 성분을 담은 소용량 제품을 내세운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4번 타자 영입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5일부터 다이소에 마몽드의 세컨 브랜드인 '미모 바이 마몽드'를 단독 론칭해 판매하고 있다. 마몽드의 헤리티지 원료인 꽃에 효능 성분을 결합한 '로지-히알론 라인'과 모공 트러블 고민을 해결해 주는 '피어니-티놀 라인' 8개 제품을 판매한다. 그간 아모레퍼시픽은 '해피바스' 등 일부 중저가 브랜드 제품을 다이소에서 판매해 왔다. 하지만 세컨 브랜드를 론칭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국내 '뷰티 2강'인 LG생건도 다이소에서 뷰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기존에는 '홈스타' 등 생활용품 브랜드와 중저가 생활뷰티 브랜드인 '온더바디'가 입점해 있었지만  최근 온더바디의 세컨 브랜드로 '퓨어더마'를 론칭했다. 또 신규 브랜드 '케어존'도 다이소 공략용으로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의 '미모 바이 마몽드'/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과 LG생건의 다이소 진출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간 다이소는 1000~5000원대 초저가를 앞세워 중소·중견 뷰티 브랜드를 유치하는 데 집중해 왔다. 이름이 알려진 브랜드라고 해도 현재 입지는 그다지 좋지 않은 곳들이 많았다. 이미 다양한 자체 온·오프라인 채널을 갖추고 있고 가격대도 높은 인기 브랜드들이 들어가기에는 다이소의 뷰티 카테고리가 너무 미약했다.

하지만 'VT코스메틱 리들샷'·'손앤박 컬러밤' 등 여러 히트작을 발굴해 낸 데다, 글로벌 시장 불황이 이어지면서 5000원 이하 제품을 판매하는 다이소 뷰티의 가치가 재평가됐다. 국내 최대 뷰티 기업들이 다이소에 입점하기 위해 5000원짜리 제품을 새로 만들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사실 다이소의 초저가 뷰티 전략이 새로운 건 아니다. 앞서 2000년대 초엔 미샤와 더페이스샵, 토니모리, 스킨푸드 등 로드샵들이 2000~3000원대 클렌징폼을 앞세워 초저가 뷰티 경쟁을 펼쳤다. 다이소의 5000원짜리 화장품이 '말도 안 되는 가격'은 아니라는 의미다.

들을 건 다 들었다

다이소 뷰티 카테고리의 강점은 당연히 '가격'이다. 간단한 소품이나 1회 용품은 1000원, 500㎖가 넘는 샴푸도 5000원을 넘지 않는다. 올리브영이나 대형마트에서 웬만한 샴푸 하나가 1만~2만원을 훌쩍 넘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만한 가성비가 없다. 담을 건 담되, 용량을 줄이거나 포장을 단순화해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게 다이소의 뷰티 공략법이다. 

하지만 다이소의 뷰티 시장 공략법이 단순히 '가격 후려치기'만 있는 건 아니다. 흔히 '초저가' 제품이라고 하면 기본에만 충실하고 트렌디한 요소를 배제한 제품을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다이소의 뷰티 제품들은 그런 공식에서도 벗어나 있다. 

한 다이소 매장의 화장품 매대/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기초 제품은 레티놀·시카·어성초 등 뷰티업계에서 주로 쓰이는 기능성 성분을 담은 제품이 대부분이다. 바디워시나 로션은 히노끼·바질 등 고급스런 향을 강조한다. 애초에 다이소 뷰티 카테고리를 알린 제품이 기능성 원료의 최전선에 있는 '리들샷'이기도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효성분이 크게 다르지 않은 데일리 제품이 가격은 20~90% 저렴하니 손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제조사 역시 국내에 내로라하는 뷰티 전문 기업들이니 품질도 의심할 이유가 없다. 용량이 적은 건 반복구매나 대량구매로 해결이 가능하다. 오히려 같은 가격에 여러 제품을 사용해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 되기도 한다.

저가커피 닮았다

최근 다이소의 움직임은 4000~5000원대 커피전문점이 시장을 주름잡던 시기, 1000원대 초저가커피가 등장한 상황과도 비슷하다. 그 가격에 커피를 팔아선 원가 보전도 어려울 것이란 예상과 다르게 저가 커피는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음악, 최고급 원두보다 '저렴하고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커피'를 원하는 소비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실제로 다이소가 뷰티 카테고리를 확대하기 시작했을 당시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5000원 이하 제품만으로는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게 뷰티업계의 생각이었다. 저가 브랜드들의 테스트베드가 되거나 기존 제품의 용량을 크게 줄인 샘플링 시장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한 다이소 매장의 화장품 매대/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하지만 최근엔 뷰티 채널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올리브영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뷰티업계의 과도한 성분 마케팅과 가격 거품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다이소 뷰티의 '초저가 전략'에 호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SNS 등에서는 이미 다이소 제품과 다른 뷰티 채널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성분과 가격 등을 비교하며 '다이소 필수템' 리스트를 만들기도 한다. 

이미 올리브영과 비슷한 1400개 이상의 매장을 갖고 있고 전연령대에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다이소가 올리브영의 대항마로 꼽히는 이유다. 올리브영이 최근 뷰티 외 헬스케어·펫 등의 카테고리를 키우고 있는 반면, 다이소는 이미 수십가지 카테고리를 확보하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다양한 니즈를 가진 고객들을 끌어모아 자연스럽게 추가 구매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은 오랫동안 신생 뷰티 브랜드를 발굴하며 시장을 키워 온 만큼 그 지위가 금세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무신사와 컬리가 뷰티 카테고리를 강화하는 데 이어 다이소까지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국내 뷰티업계의 판도가 크게 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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