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통위 내부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금리를 동결했던 지난달 금통위에서 6명의 위원 중 세 명이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조정에 '중립'적인 성향으로 알려진 함준호 금통위원의 경우 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통화 완화 정도의 조정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함 위원은 '조정 경로는 완만할 것'이라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 함준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 오찬간담회에서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
◇ '중립' 함준호 위원도 "통화완화 조정 필요"
함 위원은 이날 서울 태평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통위원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대내외 경기회복세가 지속되고 글로벌 금융 순환도 점차 긴축화 하면 통화완화 정도의 조정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고령화, 생산성 부진 등으로 우리 경제의 장기 자연금리가 하락하는 추세에 있어 중기 시계에서 볼 때 통화완화 조정 경로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함 위원은 특히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은 이러한 금융여건 조정 과정에 대비해 선제적인 위험 관리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조만간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언급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금통위 내부에서는 지난달 처음으로 '금리 인상'을 하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이런 취지로 언급한 위원이 여섯 명 중 세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금리를 인상하자며 '소수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진 이일형 위원 외에도 두 명의 위원이 '머지않은 시점에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거나 '금리 인상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언급한 것.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 힘 실리는 금리 인상…"속도 가파르지 않을 것"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차 확신하고 있다. 우선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한 위원들도 금리 인상 필요성에는 공감했다는 점에서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더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금리 인상을 하자는 입장인 '매파'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인상'에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금통위원들이 3대 3이라는 지난달의 입장을 유지하더라도 이 총재가 '인상'에 손을 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이달 30일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올리면 2011년 6월 이후 6년 5개월 만의 인상이 된다. 이는 특히 그동안 유지했던 완화적 통화정책의 기조가 변화의 첫걸음을 뗀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벌써 내년 추가 금리 인상 시기와 횟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김지만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금리 인상을 하되 만장일치 인상은 아닐 가능성이 있다"며 "빠른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은 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첫 금리 인상 후 두 번째 인상까지 시차가 상당히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의 경우 기준 금리 인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전에 시중 금리가 올라와 있는 상태이고, 인상 속도가 가파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시중 금리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