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지표가 시행되면 소득이 불안정하거나 빚이 많은 대출자의 경우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거나 대출 한도가 줄어들 전망이다. 은행 등 금융사 입장에서도 당국의 규제가 더 깐깐해지는 탓에 심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다만 금융당국은 시장에서 우려하는 단기간의 '대출 절벽'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완충장치를 마련했다. DSR에서 계산하는 마이너스대출이나 신용대출에 대한 상환 부담을 10분의 1로 줄여주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 2년 치 소득 확인…안정성 평가
금융위원회는 26일 이런 내용의 '금융회사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을 내놨다. 정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신DTI 및 DSR 도입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과 시행 시기 등이 포함됐다.
은행들은 내년 1월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취급할 때 신DTI를 적용한다. 지난 8·2 부동산 대책에서 강화했던 DTI 규제 수준을 유지하되 심사를 더 엄격하게 진행하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 보면, 먼저 소득 산정 방식이 깐깐해진다. 기존에는 대출자의 1년 치 소득만 확인했는데 앞으로는 2년 치 소득을 확인하게 된다. 2년간 소득이 안정적으로 늘거나 줄었다면 최근 1년 소득을 DTI에 적용하지만, 소득 변화가 20% 이상 큰 경우 2년 소득을 평균해 반영할 계획이다.
만약 대출자가 낼 수 있는 증빙 소득 기간이 1년 미만일 경우 해당 기간을 1년으로 환산하되 소득의 10%가량을 차감한다.
▲ 손병두 금융위 사무처장이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회사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
이와 함께 장래 소득 증가가 예상되면 증가분을 반영해 계산해준다. 계산법은 금융사 자율이다. 다만 대출자가 2년간 근로소득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만기 10년 이상 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에만 적용한다.
◇ 거치식 주택담보대출 부담 커진다
DTI에 적용하는 대출자의 빚 상환 부담 산정 방안도 내놨다. 기존에는 신규 주담대 원리금을 위주로 봤는데 앞으로는 기존 주담대 원리금까지 더해 본다는 게 큰 틀이다.
주담대의 상환 형태에 따라 계산법이 달라진다. 원금 분할상환의 경우 실제 상환액을 대출자의 부담으로 계산한다. 반면 원금을 갚지 않다가 만기에 상환하는 경우는 실제 돈을 내지 않아도 내는 것처럼 계산해 넣는다.
예를 들어 20년 만기로 5억원을 빌린 뒤 거치 기간 없이 바로 원금을 분할상환한다면 실제 1년간 내는 2500만원을 대출자의 부담으로 본다. 반면 10년 만기로 5억원을 빌린 뒤 만기까지 원금을 갚지 않을 경우는 실제로는 돈을 내고 있지 않지만 연간 5000만원을 내는 거로 가정해서 계산하는 식이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눈에 띄는 점은 원금 일시상환의 경우 만기를 10년까지만 인정해주는 방안이다. 만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대출자의 부담이 줄어드는 점을 노린 편법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20년 만기로 5억원을 빌렸다면, 10년 만기와 같이 연간 5000만원을 내는 것으로 가정해 계산한다.
아파트 중도금과 이주비 대출의 경우 잔금대출의 평균 약정만기 기간(23년)을 감안해 25년 분할상환하는 것으로 계산한다. 다만 신규 중도금·이주비 대출에는 신DTI 계산법을 적용하지 않고, 이미 해당 대출이 있는데 추가로 받을 경우에만 계산한다.
다주택자의 DTI를 계산할 때 두 번째 주택담보대출에는 만기를 15년으로 제한해 계산하는 방안도 눈에 띈다. 만약 만기가 20년이라면 실제 부담하는 것보다 더 부담하고 있다는 가정을 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만기 제한은 DTI를 계산할 때만 적용하는 것으로 실제 상환 기간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 "고(高) DSR도 대출 가능…비중만 관리"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는 DTI에 더해 모든 대출 심사에서 계산하는 DSR 시행 방안도 내놨다. DSR이란 대출자가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할 때 기존에 보유한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다 따져보는 심사방식이다. 예를 들어 신용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이 이미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이 있다면 이 대출로 인한 연간 원금과 이자 상환액을 모두 계산해보는 식이다.
금융위는 다만 DSR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대출 절벽'이 나타날 수 있어 여러 가지 예외 조항을 뒀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신용대출 등 비주택담보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한도대출을 10년간 분할상환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DSR을 계산한다는 점이다.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실제 만기는 1년인데 대부분 만기 연장을 10년 정도 하는 현실을 반영했다. 결국 대출자 입장에서는 기존의 우려보다는 부담이 10분의 1로 줄게 된 셈이다.
또 중도금 대출과 이주비 대출, 서민금융상품, 소액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에는 DSR 심사를 하지 않도록 했다. 다만 다른 대출을 받을 때는 해당 부채의 원리금을 계산한다. 전세대출의 경우 실제 원금상환 부담은 없기 때문에 이자상환액만 계산한다. 이밖에 예·적금 담보대출과 약관대출 등 담보 가치가 확실한 대출의 경우는 DSR 심사도 하지 않고 다른 대출 계산에도 넣지 않는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은행들은 일단 내년 1월부터 자체적으로 DSR을 시범 시행한 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년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하게 된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경우 내년 3분기부터 시범 운영한 뒤 2019년 2분기부터 시행한다.
금융위는 은행들의 시행 결과를 토대로 고(高) DSR의 비율 수준을 정하고 은행들이 이를 일정 비중 이하로 관리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DTI처럼 대출자의 대출 한도를 정하는 지표가 아니라 은행 내부의 리스크관리 지표로 쓴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금융사가) 고DSR 대출을 거절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상환 능력에 문제가 없으면 해줄 수도 있다"며 "전체 대출 규모에서 고 DSR 비율 관리하라는 정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