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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기업이 답이다]③뭣이 중헌디?…족쇄를 풀어라

  • 2018.10.17(수) 17:06

4차 산업혁명발 일자리 창출, 한국은 '예외'
창업·금융 등 규제 풀어 일자리 창출해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1기 위원들의 임기가 지난 9일 끝났다. 지난 1년간 민관(民官)이 모여 4차산업혁명 규제 개혁에 대한 해커톤(끝장토론)을 벌였지만 성과는 많지 않았다.

 

기대를 모았던 승차 공유 서비스 규제 개혁은 손도 못댔다. 이 서비스를 반대하는 택시 업계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지도 못했고, 관련 업체는 '죽음의 계곡'(스타트업이 생존하기 위해 버텨야 하는 기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카풀 시장 국내 1위 스타트업 풀러스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직원 70%를 구조조정했다. 2016년 창업한 풀러스는 지난해 매출은 13억원에 머물러있다. 이 기간 영업손실은 114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 "이것도 저것도 안 되는 상황"

꼬일대로 꼬인 일자리 문제를 풀기 위해선 규제부터 풀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4차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세계 경제 지도가 뒤바뀌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경제가 격변하고 있지만 한국은 시대에 뒤떨어진 '갈라파고스 규제'에 갇혀있는 상황이다.

규제를 풀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4월 한국경제연구원 분석 결과 1998년 이후 규제가 완화된 일반화물차운송업, 화장품제조업, 항공운송업, 수제맥주, 미용산업 등 분야는 일자리가 20%에서 많게는 2배 이상 창출됐다.

하지만 현실은 규제에 꽉 막혀있다. IT전문 로펌 테크앤로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세계 100대 스타트업 중 우버·디디 추싱·유카· 리프트·그랩·카림(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앤트 파이낸셜(금융회사의 정보처리위탁에 관한 규정 등), 에어비엔비(공중위생 관리법), 도큐사인(전자서명법), 위 닥터 그룹·프로테우스 디지털 헬스(의료법), 팬듀얼(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등) 등 13곳은 규제 탓에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조차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지금은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몇 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갖춰야만 음식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팔수 있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누굴 가르칠 때 (학원법) 규제를 받는 등 규제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버가 만든 일자리가 모두가 바라는 좋은 일자리는 아닐 수 있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혁신도 없고 새 기업·일자리도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올 초 매킨지가 발간한 '사라지는 일자리와 생겨나는 일자리 : 자동화 시대 노동력의 전환' 보고서를 보면 AI‧로봇 등으로 2030년 4억~8억명이 일자리를 잃는 대신 5억5500만~8억9000만개의 새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됐다. 기존 일자리를 보호하려 규제를 강화하면 새 일자리까지 놓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임 센터장은 "자동차가 개발되면서 마부가, 컴퓨터가 나오면서 신문사에서 활자를 판에 배열하는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다"며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면 기존 일자리는 위협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직업인의 저항에 부딪혀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면 새 회사도 새 일자리도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붉은 깃발' 걷어내야

규제에 막힌 곳은 창업 시장뿐만이 아니다. 금융 등 정부가 사실상 '면허권'을 쥐고 있는 산업도 규제에 막혀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곳으로 지목받고 있다.

금융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붉은 깃발'을 걷어내자고 한 분야다. 붉은 깃발법은 19세기 말 영국에서 마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를 마차 속도에 맞추려 자동차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을 흔들도록 한 법이다. 이 탓에 영국 차 산업은 독일과 미국에 뒤처졌다.

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도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며 붉은 깃발론을 내세운지 한달여만에 국회에선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통과됐다. 정보통신기술(ICT)기업에 한해 은산분리가 완화된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업계엔 아직 수많은 붉은 깃발이 꽂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핀테크 도입 지수 2017'을 보면 한국의 핀테크 도입률은 32%로 12위에 머물렀다. 중국(69%), 인도(52%), 영국(42%) 등이 한국보다 앞서 있었다. 복잡한 금융 규제, 보안에 대한 우려, 빅데이터에 대한 제한적 접근 등이 핀테크 시장을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핀테크 규제 샌드박스 지원책인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어린이에게 안전하고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모래 놀이터를 제공하는 것처럼 신기술이나 새 서비스가 일정기간동안 규제 없이 사업을 시범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은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에게 2~4년의 규제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최근 여야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핀테크 업체가 맘껏 놀 수 있는 '모래 놀이터'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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