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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AI]법 테두리에 갇힌 AI

  • 2021.03.26(금) 09:15

금소법이 AI서비스 문턱 더 높혀
규제 많은 금융권…AI 혁신 걸림돌

"뱅크(은행)는 사라지지만 뱅킹(은행업)은 남는다." 영국의 금융 전문가 크리스 스키너의 전망이다. 그리고 이 전망은 IT기술을 등에 업고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이 가장 큰 화두다. 이미 은행권에선 AI가 깊숙이 침투해 기존에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은행원들은 AI '열공'에 바쁘다. AI가 이끄는 은행의 변화에 대해 짚어본다.[편집자]

주요 은행들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금융상품 판매 채널 중 일부를 AI에 맡겼다.

챗봇 상담을 통해 고객의 성향을 파악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거나 고객의 투자성향을 분석해 AI가 알아서 투자상품을 추천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엔 AI에 맡겼던 업무 중 일부를 잠정 중단하거나 접근 문턱을 높였다. 25일부터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의 영향이다.

◇ AI, 잠깐 쉬어가실께요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 '하이로보'의 펀드 신규 판매와 리밸런싱 거래를 오는 5월 9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상품 거래는 물론 AI 챗봇인 '하이챗봇'을 통한 수신상품 가입 서비스도 일시 중단했다.

하나은행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은 로보어드바이저로 투자성향을 진단하는 서비스를 여전히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한 단계 문턱을 더 만들었다.

기존 투자성향 분석은 금융인증서(옛 공인인증서)가 없더라도 로그인만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금융인증서를 통한 인증을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

이런 변화는 모두 금소법에 기인한다. 금소법 시행과 함께 금융투자상품은 물론 여수신상품도 상품설명서를 교부해야 하는 등 변화가 생겼는데, 기존 AI 위주의 모바일뱅킹에선 이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상품설명서의 경우 굳이 서면 형태가 아니라도 가능하긴 하지만 고객이 불편함을 최소화하면서 교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투자상품 가입을 위한 투자성향 테스트 역시 금소법 도입과 함께 동일인에 대해 단 한 번밖에 진단을 내릴 수밖에 없어 인증 이후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바뀌었다"라고 덧붙였다.

◇ 금융권 AI, 법 테두리서 자유로울 수 없어

굳이 금소법이 아니더라도 금융권에서 사용하는 AI는 다양한 법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은행들이 활용하고 있는 챗봇이 정해진 범위 내에서만 정확한 답을 제공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은행에선 고객이 맡긴 자산을 기초로 그 어느 업권보다 다양한 개인정보가 오간다. 그러나 보니 금소법은 물론 개인정보보호법 등 다양한 규제의 테두리를 지켜가면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구태훈 KB국민은행 AI혁신플랫폼 부장은 "은행권의 AI도 네이버의 클로버나 KT의 기가지니처럼 실제로 대화하고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만들 수도 있지만, 은행들은 그 특성상 다양한 규제가 많아 친근감이나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새로운 AI 서비스를 만들더라도 법무팀이 사전에 꼭 확인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에선 'AI 금융비서'를 조금 더 완벽하게 구현하려면 적절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은행 디지털부서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 이후 고객은 더 다양한 데이터를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면서 "하지만 이를 더 쉽게 해줄 AI와 상충되는 법안이 많아 금융권이 추구하는 AI 서비스의 핵심인 개인 금융비서를 온전하게 제공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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