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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 1분기 양호한 성적표에도 좌불안석 왜?

  • 2021.04.29(목) 10:12

연체율 하락, 비용 절감으로 수익성 '쑥'
가맹점 수수료·법정 최고금리 인하 '암초'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카드사들의 순이익이 두 자릿수대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정부의 금융지원으로 연체율이 개선되면서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줄어든 데다, '보복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며 카드 사용이 늘어난 결과다.

다만 올 하반기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을 앞두고 있어 호실적이 되레 수수료 인하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카드업계는 걱정하고 있다. 오는 7월엔 법정 최고금리 인하도 예고된 만큼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과 KB국민, 삼성, 우리, 하나 등 주요 카드사들의 올 1분기 순이익이 모두 작년 1분기 대비 크게 늘었다. 가장 최근 실적을 발표한 삼성카드는 올 1분기 1384억원의 순이익으로 전년동기대비 23.4%나 늘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순이익은 168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32.8% 증가했다. KB국민카드는 1415억원으로 72.4%나 급증했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도 각각 41.2%와 139.4%가 뛴 720억원, 725억원을 기록했다. 

# 1분기 연체율 관리 '선방'…하나카드 0.71%포인트↓ 

카드사들이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든 배경은 연체율 하락이 덕분이다. 코로나19로 지난해 4월부터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등의 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자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쌓아둬야 하는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크게 줄면서 수익성이 좋아졌다. 

실제 올 1분기 하나카드의 연체율은 1.00%로 전년동기대비 0.71%포인트나 떨어지며 가장 크게 좋아졌다. 우리카드는 0.85%로 0.49%포인트, 신한카드는 0.96%로 0.39%포인트 개선됐다.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도 각각 0.86%와 1.00%를 기록해 0.38%포인트와 0.4%포인트 하락했다.

연체율이 하락하면서 각 카드사들의 대손충당금 전입액도 줄었다. KB국민카드가 지난해 1분기 1090억원에서 올 1분기엔 685억원으로 충당금 적립액을 37.2%나 줄였다. 신한카드도 올 1분기 1020억원을 기록하며 36.9% 감소했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 삼성카드는 각각 25.9%와 16.2%, 2.2% 줄었다. 

카드 사용도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여전하지만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이른바 보복소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별 카드승인액은 지난 2월 전년동기대비 8.6% 늘어난 데 이어 3월에는 20.3% 증가했다.

# 선전했지만 문제는 올 하반기…'불확실성 여전'

다만 카드사들은 이번 호실적에도 웃음을 짓지 못하고 있다. 올 하반기 카드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을 앞두고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어서다. 

현재 일반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1.97~2.04%다. 국내 가맹점의 96%(278만 개)가 적용받는 우대 수수료율은 0.8~1.6% 수준이다. 카드사들은 현 수준에서 수수료율을 더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인데, 실적이 좋게 나오면서 오히려 수수료율 추가 인하의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악재는 또 있다. 오는 7월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내리면서 이자수익도 줄어들 소지가 크다. 정부의 코로나19 지원 조치로 당장은 충당금을 쌓을 필요가 없지만 대출만기연장 등 각종 조치가 9월에 끝나면 부실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올 1분기 순이익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숫자만 봐서는 안된다"면서 "전반적으로 이익이 난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비용 절감 노력이 컸고, 연체율이 안정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의 정책적 효과가 커서 호실적이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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