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취임 일성에서 공언한 것 처럼 시장친화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앞서서는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금감원의 종합검사 폐지를 시사한데 이어 은행장들과 만난 첫 상견례 자리에서도 사전예방적 감독에 무게추를 두겠다고 하면서다.
9일 정은보 금감원장은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시중은행장 간담회를 갖고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정은보 금감원장이 강조한 가장 중요한 사안은 검사시스템의 개편이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지금은 시스템리스크 우려가 큰 상황이므로 대내외 위험요인을 미리 파악해 철저히 관리하는 사전적 감독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사후 감독조치를 통한 피해보상으로는 소비자를 충분히 보호할 수 없으므로 금융상품의 설계와 개발 단계에서부터 소비자 피해를 사전 방지하는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금융시스템과 금융회사의 각종 리스크요인을 신속히 감지해 찾아내는 상시감시기능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상시감시 등을 통해 파악된 중요 위험요인에 대해서는 적기 대응을 위한 수시 테마검사를 확대하는 등 금융시스템 안정성과 금융회사 건전성에 대한 사전적 감독 강화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정은보 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윤석헌 금감원장이 부활시킨 종합검사를 폐지하고 대신 사전검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다시한번 밝힌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 정은보 금감원장은 지난 4일 금융지주 회장단들과 만나 금감원의 검사체계 개편에 대해 시사한 바 있다.
정은보 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도 사전에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하겠다고 했다. 최근 몇년사이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금융소비자의 피해를 야기했다는 은행들에게 감독원이 이러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우선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정 원장은 "금융상품의 설계와 제조단계부터 시작해 판매, 사후관리 등 각 단계별로 정보를 입수하고 분석하는 금융상품 모니터링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소비자 피해 발생우려가 있는 금융상품은 약관의 제정 혹은 개정 및 심사 과정에서 걸러질 수 있도록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정 원장은 최근 금융권의 최대 화두인 가계부채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위험요인이 되지 않도록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달라"면서도 "서민, 취약계층에 대한 실수요 대출은 차질 없이 취급될 수 있도록 세심히 관리해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