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자산운용 등 금융권 다른 분야와는 달리 보험업계에는 '배타적 사용권' 활용이 활발합니다.
배타적 사용권이란 새로 개발한 상품의 독창성을 인정해 일정 기간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제도죠. 국내에서는 2001년부터 독창적 새 보험상품 개발 경쟁을 유도하고 보험사들의 베끼기 관행을 막기 위해 시행되고 있어요.
지난번에는 손해보험사의 배타적 사용권 획득 건수가 생보사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흐름을 전해 드렸어요. ▷관련기사: [보푸라기]'보험 특허권' 획득, 생·손보 역전되겠네(2월19일)
이번에는 배타적 사용권이 어떻게 주어지는지, 또 요즘은 어떤 상품들이 이를 통해 시장 선점효과를 누리고 있는지를 살펴보려 해요.
배타적 사용권은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서 각각 관리하고 있어요. 각각의 '신상품 개발이익보호에 관한 협정과 그 세부처리지침'이라는 규정에 따라서죠. 저마다 신상품심의위원회를 두고 여기서 배타적 사용권 부여하거나, 이를 침해한 보험사 제재를 결정해요.
위원회는 각각 7명 이내로 구성돼요. 생보의 경우 위원장은 협회 보험상품업무 담당 임원이 맡고, 보험사 상품개발담당 임원 2인 이내, 보험학자 등 전문가 2인 이내, 그리고 소비자권익 보호 관련 전문가, 보험개발원 상품담당 임원 각 1인씩 등으로 구성됩니다.
손보에는 △일반손해보험(자동차보험 제외) △자동차보험 △장기손해보험 등 상품 종류에 따라 3개의 위원회를 나눠 놨어요. 7명 이내의 위원 구성은 비슷합니다. 구성요건중 '보험업법에 의한 보험료율 산출기관의 손해보험 상품담당 임원'이라는 조항이 있는데 여기 언급된 기관이 곧 보험개발원이거든요.
신청이 들어오면 위원들은 △독창성(35) △진보성(20) △유용성(35) △노력도(10) 등의 항목을 100점 만점으로 채점합니다. 그래서 80점 이상을 부여한 위원이 출석위원의 3분의 2 이상이면 배타적 사용권을 받게 되죠.
심사를 통과한 경우 80점 이상의 점수만 평균내 기간을 정합니다. 95점 이상이면 1년, 90~95점 9개월, 85~90점 6개월, 80~85점 3개월 등으로 독점적 판매권을 줍니다. 이 기간에 시장 선점효과를 누리라는 거죠.
하지만 지금까지 1년 기간을 받은 상품은 없었고요, 9개월을 받은 건 2019년 라이나생명의 '간병보험', 농협손해보험의 '소 근출혈보상담보' 단 2건이었습니다.
28일 현재 기준으로 배타적 사용권을 누리고 있는 상품은 생보업계에 4개, 손보업계에 5개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6개월 사용권을 받은 것은 생보 1개, 손보 3개죠.
현재 생보에서 유일하게 6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갖고 있는 건 한화생명 '시그니처 암보험 무배당 종속특약 3종'인데요. 이 상품은 보험에 가입하더라도 보장을 받지 못하는 처음 90일(면책기간) 동안은 보험료를 받지 않는다는 걸 내세운 상품입니다. 보장이 시작되는 4회차 때부터 해당 보험료를 내도록 해 소비자들에게 유리하게 바꾼 상품이라는 걸 인정받았죠.
손보에는 6개월 배타적 사용권 상품이 3개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메리츠화재의 '7대 장기(신장·간장·심장·췌장·폐·조혈모세포·안구) 이식등록보장 특별약관'입니다. 장기 이식수술이 이뤄지는 게 이식대기자의 10%밖에 되지 않는 점에 착안, '대기상태'라는 치료여정에 대한 보장을 업계 최초로 발굴했다는 게 인정된 사례입니다.
KB손해보험의 '영업정지 취소청구에 대한 행정심판 변호사 선임비용 특별약관'도 있는데요. 소상공인들이 억울하게 영업정지를 겪는 사례들이 늘어난 것을 눈여겨 본 상품이라고 합니다. 사업자가 주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행정처분이나 법령 오해석, 또는 고객의 비행 같은 상황에 부닥쳐 영업정지를 받을 수 있는데, 이런 때 어려움을 덜어주는 상품이죠.
나머지 하나인 MG손해보험 상품은 업계 최초로 간편고지 내 유병자 분류기준을 선정하고 적정보험료를 산출한 상품이랍니다. 생활관리 질환인 고혈압·당뇨병을 3년 안에 진단받거나 투약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해 고령인 유병자를 110종으로 분류하고 이에 따라 보험료를 산출한 게 특징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