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파란 번호판을 단 전기차(EV) 부쩍 많이 보이죠? 휘발유도 경유도 리터당 2000원을 넘길 정도로 기름값까지 훌쩍 뛰니 운전자들의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지고 있어요.
이번에는 보험 통계를 통해 국내 전기차 시장이 어디까지 왔나 한번 들여다보려 해요. 국내에서 운행하는 자동차는 의무적으로 자동차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또 1년에 한 번씩 갱신해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 관련 통계는 자동차보험 통계 안에 의외로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답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내놓은 '전기차 자동차보험 현황 및 감독 방향'을 보면 작년말 기준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전기차는 총 18만3829대였어요. 2018년말 4만5792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301.4%나 늘어난 것이죠.
급격히 늘어나긴 했지만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의 비중은 아직 1%가 채 되지 않아요. 전체(이륜차 제외) 가입건수에서의 비중은 2018년 0.2%에서 2019년 0.3%, 2020년 0.5%, 작년 0.8%로 높아지긴 했지만요.
하지만 늘어난 것만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요. 3년 사이 늘어난 보험 가입건수는 전체적으로 159만9476건이었는데 이 중 전기차는 13만8037건으로 8.6%를 차지했어요. 내연기관차(하이브리드 포함)는 146만1439건 늘었으니 신차 12대 중 1대가 전기차였던 셈이죠.
작년 한 해 동안 늘어난 자동차보험 가입을 보면 내연기관차는 46만4937대, 전기차는 6만9273대였어요. 작년에 도로에 새로 나운 신차의 13%가 전기차라는 의미죠. 2020년과 비교해 작년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건수는 2.3% 늘었는데 전기차는 60.4%나 늘었어요. 폭발적인 성장세라는 게 실감이 나시나요?
보험료에서도 전기차의 특성이 나타나요. 작년 개인용 전기차의 계약 건당 평균보험료는 94만3000원으로 2018년 70만10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24만2000원, 34.5% 늘었다고 해요. 특히 내연기관차의 작년 평균보험료가 76만2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18만1000원이나 높은 수준인데요. 전기차의 보험료가 이렇게 더 비싼 이유 짐작 가시나요?
금감원은 기본적으로 전기차가 비싸기 때문에 자기차량손해(자차) 보험료가 높은 것에서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평균 차량가액을 보면 전기차는 4236만원으로 내연기관차가 1597만원인 것에 비해 2.7배나 높죠.
특히 전기차는 최근에 부쩍 비싸졌어요. 내연기관차의 평균 보험료는 2019년에만 해도 각각 70만원, 68만2000원으로 그 차이가 1만8000원에 지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최근 들어 이처럼 보험료 차이가 벌어진 것은 왜일까요?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가 고급화되기도 했고, 또 테슬라처럼 고가 수입 전기차가 최근 1~2년 새 급격히 늘어난 것이 이유일 거라고 하네요. 또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새 차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차량가액이 높기도 하죠.
보험 통계에서 보이는 전기차의 특징은 또 있습니다. 기름값 부담이 없으니 차량 운행이 많은 운전자들이 전기차를 선택한다는 점입니다. 2020년 마일리지(주행거리별 할인) 특약 가입자 가운데 1만5000km(환급없음)를 초과 운행한 가입자는 전기차의 경우 24.2%, 내연기관차는 10.3%로 차이가 컸죠.
사고도 전기차가 조금 더 많이 난다고 하는데요. 2021년 전기차의 사고율은 18.1%로 내연기관차(16%)보다 2.1%포인트 높게 나타났어요. 이는 연비가 유리한 전기차의 특성상 주행거리가 길기 때문이죠. 많이 운행하니 그만큼 사고율이 높은 것입니다.
이밖에도 전기차 자차담보 평균수리비는 245만원으로 비전기차(188만원)보다 약 30.2%(57만원) 높았는데요. 이는 전기차 핵심부품인 고전압 배터리의 높은 교체비용, 전자제어장치·센서 등 전자장치에 부품값이 비싸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돼요.
특히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전문 정비업체가 부족해 부분수리가 곤란하고, 제작사가 교환정책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경미한 손상에도 전부 교체 수리해야 해야하죠. 전기차 배터리 가격은 평균 2000만원 수준이지만,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니켈, 리튬 같은 핵심 원재료 가격도 급등해 계속 오르는 추세라고 하네요.
금감원은 전기차 보험과 관련해 "전기차가 보급 초기 단계로 수리연구가 충분치 못해 고가의 고전압 배터리 관련 통일된 진단 및 수리·교환 기준이 없는 상황"이라며 "사고로 배터리를 교환 수리하는 경우 사전에 보험사와 협의해 불필요한 보험금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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