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이 'KB금쪽같은 펫보험' 신규 특약인 '반려동물 장례비용 지원금'에 대해 손해보험협회로부터 6개월간 배타적 사용권을 따냈대요. 배타적 사용권은 창의적인 보험상품을 개발한 회사에 일정 기간(3개월~1년) 해당 상품의 독점 판매권을 부여하는 제도죠.
KB손보가 업계 관심을 끈 건 DB손해보험이 지난달부터 팔고 있는 '반려동물 장례지원비' 담보와의 유사성 때문입니다. 이 상품은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의 장례비용을 가입 형태에 따라 실손 또는 정액으로 보장해 줍니다. 실손보장의 경우 총 장례비용의 최대 70%까지 주고요. 정액보장은 총 장례비용이 20만·50만·70만·100만원을 각각 초과하는 경우 보험가입금액만큼 보험금이 나오죠.
KB먼저? DB먼저?
타임라인은 이렇습니다. 공교롭게도 금융감독원의 신상품 허가 수리가 9월11일 같은 날 나왔습니다. 바로 다음 날인 9월12일 DB손보는 업계 최초라며 반려동물 장례지원비 담보 상품을 '출시'했고요. 같은 날 KB손보는 손보협회에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했죠. 이후 상품 개정을 통해 이달 2일 반려동물 장례비용 지원금 상품을 선보였고요.
상품 출시는 DB손보가, 배타적 사용권 신청은 KB손보가 각각 먼저한 상황입니다. 배타적 사용권 독창성 평가 기준에 따르면 국내에 판매 중이거나 판매 중지된 상품 중 신청 상품과 일치하는 내용이 없어야 하는데요. 이미 DB손보의 반려동물 장례지원비가 시장에서 팔리고 있어 KB손보의 배타적 사용권 심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습니다. 삼성화재도 올 4월부터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고요.
뭐, 결과적으로 손보협회는 KB손보의 손을 들어줬지만. KB손보는 DB손보에 배타적 사용권 침해 이의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답니다. KB는 개와 고양이 모두 가입 가능하고, 장례비용을 실손 혹은 정액으로 보상하는데요. DB는 개만 가입할 수 있고 실손보상만 해주기 때문이래요. 두 회사 파는 상품이 똑같지 않다고 판단한 거죠. 결과적으로 DB손보와 다른 상품으로 봤기 때문에 이의신청을 할 명분도 사라진 셈입니다. 이번 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데다, 경쟁사와 척을 지는 것도 부담이었을 수 있고요.
더 중요해진 보험 '특허권'
보험연구원이 내년 보험산업 초회보험료가 올해 대비 9.5%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업계는 보험개혁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올해 보장금액 경쟁이 끝나면, 내년부턴 특색있는 보험상품 개발이 더 중요해질 거라고 봅니다. 결국 상품 베끼기를 막는 배타적 사용권 획득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지겠죠.▷관련기사 : IFRS17발 출혈경쟁 격화…보험사 자체 리스크 관리 강화한다(10월3일)
그래서 심사를 맡은 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가 심사 기준을 좀더 명확히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투명성이나 공정성도 더 강화해야 할 테고요. 대형사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심의위원 전원을 외부 전문가로 바꾸는 방안이 나오고요. 심사에서 탈락한 상품이더라도 재심을 거치면 대부분 통과된다는 점, 해외에 이미 있는 상품인데 국내 배타적 사용권을 인정해준다는 점 등도 대표 개선점으로 꼽히죠.
금감원이 신상품 허가 수리를 더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신청 순서에 따라 상품 출시 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겁니다. 사실 이번 장례비용 지원금 담보도 KB손보가 모든 일정을 더 빠르게 진행했지만, DB손보와 같은 날 금감원 허가가 나와 벌어진 해프닝이랑 관측도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