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보험사들이 자체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를 강화해 보험 보장한도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한다. 지난해 시행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 취지와 달리 과도한 보장한도 증액 등 출혈경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금융당국이 제도를 개선했다. 보장액이 합리적으로 조정되면 소비자가 낼 보험료도 싸질 것이란 게 당국 기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제3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이같이 논의했다. 김 부위원장은 "건전경쟁 확립과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불건전 경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소비자를 위한 상품으로 경쟁하기 위한 여건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
작년 IFRS17 도입 후 보험사들이 향후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상품을 무분별하게 판매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새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을 확보하기 위해 과도한 보장을 앞세운 영업경쟁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절판마케팅 등 불완전판매를 양산할 수 있으며 과잉진료 유도 및 보험료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쓴소리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보험상품 개발·판매 절차 전반을 스스로 관리·통제할 수 있도록 검증 절차를 강화했다.
그간 법규상 의무가 없어 형식적으로 운영되던 보험사 내부 상품위원회를 보험상품 관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보험사 자체 상품위원회에 상품담당 임원 외에도 CRO(위험관리책임자), 준법감시인, CCO(금융소비자보호 담당 임원) 등의 참여를 의무화하고, 상품기획·출시·사후관리 등 상품개발과 판매 과정의 모든 상황을 총괄하도록 한다.
외부검증 객관성 확보를 위해선 표준검증절차를 도입하는 한편, 계리법인의 검증품질 핵심지표를 마련하고 이를 계리사회 홈페이지에 공시토록 할 방침이다.
더불어 보험상품 개발 시 보험사가 담보별 적정 수준의 보장한도 금액을 설정할 수 있도록 실제 발생 가능한 평균비용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과 심사기준을 마련한다. 동일 담보의 합산 보장한도를 고려해 보장금액을 설정하며, 소비자의 기존 계약(타사 포함) 등을 확인해 보험계약 심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 신고상품은 신고대상 담보의 보장금액 한도 산정근거를 신고서에 기재하도록 의무화한다. 자율상품은 도덕적 해이 발생 가능성이 높은 담보에 한정해 기초서류에 한도 기재를 추진한다. 여기엔 최근 과당경쟁을 유발했던 독감보험, 입·통원·간병일당, 운전자보험의 변호사비용 및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등이 포함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의 건전성을 저해하거나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부실상품 출시를 방지하고, 합리적으로 보장금액 한도가 설정돼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필요한 만큼 보장받고 보험료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채널 제도 개선도 병행해 건전한 경쟁환경 조성을 지원한다. 선지급 방식의 과도한 수수료 및 시책 지급 등으로 인한 차익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법규상 차익거래 금지 기간을 현행 1년에서 보험계약 전기간으로 확대한다. 보험사 특허권이라 불리는 배타적사용권 보호기간을 현행 3~12개월에서 6~18개월로 늘린다. 보호기간이 확대되는 만큼 심의 기준도 더 깐깐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