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안심전환대출의 신청조건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흥행 저조의 원인으로 꼽히는 주택가격 상한선을 최고 6억원으로 늘리는 게 핵심이다. 안심전환대출 실적이 너무 저조해 정책이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빠르게 대상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주택가격 조건이 6억원으로 올라가는 만큼 애초 계획했던 재원 대부분을 쓸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적용되는 변동금리도 높아지고 대출차주들의 금리민감도가 올라가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주택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대상도 늘어나는 추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대통령 주재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해 안심전환대출 가입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 대출 상품을 최저 금리 연 3.7%의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정책상품이다.
지난 8월17일 출시계획이 공개된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신청자격이 주택가격(KB부동산·한국부동산원 시세 기준) 4억원 이하, 가구소득 7000만원 이하인 차주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접수량이 턱없이 적었다.
이 상품을 취급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접수가 시작된 9월15일 이후 지난 14일까지 1개월간 안심전환대출은 3만5855건, 3조6490억원 규모로 신청됐다. 목표 공급액 25조원의 14.5%에 불과한 실적이다. 지난 2019년 신청 첫날 은행이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것과 대조됐다.
지난 2019년에 비해 조건이 너무 까다로운 것이 흥행 참패의 요인으로 꼽힌다. 2019년 출시됐던 안심전환대출은 △9억원 이하 주택 △기존대출 범위내 최대 5억원 한도 △부부합산 소득 8500만원 이하인 경우 신청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택가격 4억원 이하로 최초 공급 조건이 잡혔다. 최근 몇 년 사이 주택가격이 뛴 탓에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는 4억원 이하의 주택은 찾기 어려운 상태인데도 그랬다.
대출 기준 중 하나인 KB부동산의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전국 주택은 평균 4억8745만원, 아파트만 보면 평균 5억4693만원이다. 주택 절반 이상이 밀집한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의 경우 평균가는 전체 주택이 6억5770만원, 아파트는 7억8844만원이다. 올해 들어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4억원 이하 주택은 그만큼 찾기 힘들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뒤늦게 안심전환대출의 조건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주택가격 기준은 6억원 이하로 완화하고 대출 한도도 3억6000만원으로 확대한다. 소득 기준 역시 1억원(부부합산)으로 장벽을 낮추기로 했다. 이런 내용이 담긴 개편안은 다음 주 확정된다. 이르면 다음달 7일부터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 신청이 시작된다.
다만 주택금융공사나 은행들은 적격여부 심사에 나설 때 신청 선착순이 아닌 주택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대상자를 추린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에서는 안심전환대출의 대상이 확대되는 만큼 이번에는 재원을 대다수 소진할 정도로 신청이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의 평균 집값은 여전히 6억원을 훌쩍 넘지만 중소형 주택 보유자를 중심으로 대상이 되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본다"며 "최근 주택담보대출의 벤치마킹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어 차주들의 금리 민감도가 올라간 만큼 이번에는 신청이 대거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