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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이냐 9억이냐' 안심전환대출 딜레마

  • 2022.11.17(목) 06:06

집값 6억 높이고 소득기준 낮추자 신청 증가
내년초 9억 상향계획 두고…지원 적합성 논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낮은 고정금리 상품으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이 금융당국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집값과 소득 기준을 완화하면서 신청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잡아둔 예산 목표를 채우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에 당정은 내년부터 집값 기준을 9억원까지 완화하기로 했다. 그러자 지원 대상 적합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민을 위한 정책금융상품인데 9억원짜리 집을 산 사람들을 서민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출을 받을 당시 금리 상승을 걱정해 이자 부담이 더 큰 고정금리를 택한 사람만 바보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정책을 내건 금융당국으로서는 실효성과 형평성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6억으로 올리자 신청액 증가…결국 집값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한국주택금융공사(HF)에 따르면 2단계 안심전환대출 신청‧접수 5일째인 지난 11일 집계 기준 누적 신청 건수는 1만1613건, 액수는 1조9412억원이다. 금융위원회는 2단계 안심전환대출 자격 기준을 집값 6억원, 연소득 1억원(부부합산)으로 완화했다.

1단계에서 3조6490억원 규모의 신청만 이뤄져 목표 공급액(25조원)의 14.5%밖에 채우지 못하자 2단계로 시행한 것이다. 특히 수도권 등지에서는 집값 기준이 4억원 미만으로 지나치게 낮아 신청할 수 있는 대상 자체가 한정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집값 기준이 높아지면서 신청액은 점점 증가했다. 신청‧접수 닷새째를 기준으로 집값 3억원 이하를 대상으로 한 1단계 1차 때는 신청액이 1조3591억원, 4억원 이하로 확대한 2차 때에는 9480억원이었다. 6억원으로 높인 2단계의 닷새째 신청액은 3억원 이하 때보다 42.8%, 4억원 이하 때보다 104.8% 신청액이 늘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부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집값 6억원 등 자격기준 완화에도 1‧2단계 누적 신청액은 5조2704억원(14일 기준)으로 정부 목표(25조원)의 21%에 지나지 않는다. 올 연말까지 신청‧접수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지금의 흐름이면 계획된 예산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금융권에선 집값 6억원 이하 대상자 역시 지방과 수도권 외곽 지역 주택 보유자로 한정될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당정이 내년에 집값 기준을 추가로 낮추기로 결정한 이유다.  

서민 지원인데…집값 9억 딜레마

집값 기준이 9억원 이하로 낮아지면 안심전환대출 신청이 가능한 차주들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7억3678만원, 서울에서도 강북14개구의 경우 9억1589만원이다. 최근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동안 소외됐던 수도권 주요 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차주들도 안심전환대출 신청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9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차주까지 정책금융상품 지원이 필요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2~3년 전만 해도 집값 9억원이 고가주택의 기준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2019년 발표된 12‧16 대책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선 주택담보대출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9억원까지는 40%, 초과분부터는 20%를 적용하도록 했다. 주담대가 불가능하도록 했던 15억원 초과 주택은 초고가주택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9억·15억원이 뭐기에' 집값·대출·세금 '쓰리펀치'(21년 3월22일)

지난해 말에는 1가구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시세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된 바 있다. 이 역시 집값 상승을 반영한 것으로 이전까지는 9억원 이상 주택은 고가주택으로 평가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서울 아파트 평균 수준의 집값까지 정책금융으로 지원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현재 주거 불안이 더 심해지는 건 세입자들인데, 지금도 부족한 이들에 대한 지원이 더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경제 상황이 바뀐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집값 기준에 대해선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 국민 의견을 듣고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하려고 한다"며 "수요층 등이 바뀌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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