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은행, 주홍글씨 논란]④5대 과점 깬다는데…경쟁 가능할까 

  • 2023.02.26(일) 13:11

은행업 인허가 문턱 낮춰 진출 유도
영국 등 사례 검토…기대효과 전망 엇갈려

정부가 이번 은행권 경영·영업·관행 제도개선 TF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타깃으로 삼은 것은 전체 은행이 아닌 아닌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다. 이들이 국내 은행 총자산의 70%(지난해 9월 기준)를 차지하는 과점 체제로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돈잔치를 벌인 점을 비판했고, 이는 제도개선 TF 시발점이 됐다.

제도개선 TF 역시 은행업 문턱을 낮춰 다양한 경쟁 촉진 방안 마련을 1순위 과제로 꼽았다. 스몰 라이선스를 통한 챌린저 뱅크 도입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이에 대한 금융권 시선은 엇갈린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과점체제를 개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 반면 문턱을 낮춰 무분별하게 은행 갯수만 늘리면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은행의 공공재적 성격이 더 옅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뱅까지 18곳인데

은행연합회 회원사 중 국책은행과 금융 공기업 등을 제외한 시중은행은 18곳(소매금융 영위하는 IBK기업은행 포함)이다. 5대 은행을 포함해 SC제일은행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 BNK와 DGB, JB금융 등 지방을 거점으로 한 은행도 존재한다.

2017년부터 은행업 허가를 받은 인터넷전문은행 3곳(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도 있다.

이처럼 다수 은행이 여수신 시장에서 금융상품 경쟁을 하고 있지만 5대 은행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자산규모 등에서 5대 은행이 다른 은행을 압도하고 있는 까닭이다. 

외환위기 시절을 거치며 부실 은행들이 통합·정리됐고, 규모를 키워 은행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적 아래 정부 주도로 M&A(인수·합병)가 진행돼 현 체제가 만들어졌다. ▷관련기사: [은행, 주홍글씨 논란]①'공공성'을 요구하는 이유(2월22일)

결과적으로 5대 은행이 다른 은행과 비교해 자산 규모나 지점 수, 신용도와 업력 등을 앞세워 금융 소비자들을 유치하기에 유리한 구조인 셈이다. 

2023년 1월 국내 은행 예대금리차/그래픽=비즈워치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국내 은행들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2.14%포인트, 5대 시중은행은 모두 평균보다 낮다. 지난해 소비자금융 부문을 없앤 한국씨티은행을 제외하면 신한은행이 가장 낮은 숫자를 기록했다. 

금융 소비자들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지점 수 역시 5대 은행은 600~1000개(출장소 포함)를 보유하고 있는데 반해 그 외 은행은 100여개 수준에 불과하다. 5대 은행에 다수의 금융소비자들이 몰리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5대 은행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은 정부 주도의 M&A를 거치며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자산규모 등을 바탕으로 혁신 서비스나 상품 개발 등 앞서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금융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늘고 있지만 금융 시장에선 여전히 대면 고객 수요가 많다"며 "5대 은행은 다수의 지점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특성화 은행, 약일까 독일까

금융위가 5대 은행 과점체제를 깨뜨리기 위해 구상하는 방안은 스몰라이선스·챌린저 뱅크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국내에 접목하겠다는 것이다. 제도개선 TF는 해외사례 연구와 국내와 비교분석 등으로 개선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인데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사례가 영국이다.

영국은 기존 금융기관 중심 과점 체제 해소를 위해 챌린저 뱅크를 도입했는데 개인과 기업영업,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송금·결제 등 각 금융 분야에 특화된 은행을 만든다는 개념이다.

국내에서도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바라보는 곳이 영국의 '레볼루트'(Revolut)다. 2015년 7월 해외결제·송금 서비스로 시작한 레볼루트는 선제적으로 MZ세대와 중소기업, 청소년 등 신규 고객층 대상 서비스 라인업을 확보했다.

또 고객을 세분화해 다양한 고객층을 위해 구독 비즈니스 모델 도입 등 유연한 가격정책을 펼쳤고, 이를 바탕으로 충성고객 증가로 안정적인 수익창출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연구소는 '영국 레볼루트의 고객기반 확대요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공격적인 서비스와 진출국 확대전략으로 고객기반을 급속히 늘려 글로벌 핀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레볼루트 사례는 국내 금융회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에는 한 은행에서 모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기보다 각 부문별로 경쟁력 있는 은행을 선택하는 소비행태로 바뀌고 있다"며 "플랫폼에서 비교 공시 체제가 일반화되고 있어 특성화된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송금 등 은행업 주요 고유 업무를 세분화해 핀테크 업체가 진출하도록 하면 과점체제를 분산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기대를 모았던 인터넷전문은행 등도 은행권에 새바람을 일으키기보다는 기존 은행과의 차별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어서다. 특히 진입장벽을 낮춰 경쟁이 심화되면 오히려 은행의 공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업은 허가를 쉽게 내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과점 상태가 불가피한 영역이기도 하다"며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위해 도입된 인터넷은행도 역할이 기대 이하고 빅테크 등 기업들이 은행업에 진출하면 공공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