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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주홍글씨 논란]①'공공성'을 요구하는 이유

  • 2023.02.22(수) 06:09

윤 대통령 '공공재적 성격' 발언으로 은행권 '분주'
외환위기 시절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으로 '기사회생'
정부 주도 M&A로 과점체제 구축…'역할론' 요구

윤석열 대통령의 "공공재적 성격" 발언 이후 은행권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은행 수익 절반 이상이 서민 주머니에서 나온 이자이익이라는 점에서 긍적적인 여론도 존재한다. 하지만 정부 개입으로 시장이 왜곡될 가능성도 있고, 청사진없이 제도개선 작업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우려도 크다. 현재 은행 체제 개편 필요성이 제기된 배경과 실효성 있는 대책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최근 은행들이 숨 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 그리고 경기침체라는 그림자에서 우리나라 경제주체들이 숨을 쉴 수 있도록 앞으로 3년간 약 10조원 가량의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보다 약 두배 많은 인원을 채용키로 하면서 고용시장 숨 불어넣기에도 나선다.

은행들이 분주해진 이유는 단연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지배구조, 이자수익, 성과급 등의 영업행태와 관련해 연이어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발점은 "은행은 공공재적 측면이 있다"라는 발언이다. 그간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은행에 대한 사회적인 역할론이 줄곧 부각되기는 했지만 대통령이 직접적인 표현을 통해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금융권별 공적자금 지원 금액.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①공적자금 86.9조원

정부를 중심으로 은행에 공공성을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환위기(IMF)이후 막대한 자금을 들여 살려 놨다는 것이다. 

올해 3월 기준 은행연합회 정사원으로 영업중인 시중은행은 총 18개다. 하지만 시계를 IMF이전으로 돌려보면 약 11개 가량의 은행이 더 존재했다.

11개 은행이 역사속으로 사라진 것은 1998년부터 2002년 사이에 집중됐다. IMF라는 초유에 사태가 퍼지자 금융회사의 부실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리스크가 우리나라 전체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은행 인수합병(M&A)를 주도했다.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필요한 수혈을 했다. 지난해말 기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외환위기 이후 금융회사, 기업 등의 재기를 위해 투입한 자금 규모는 168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중에서 절반 가량인 86조9000억원이 은행의 회생을 위해 투입됐다.

다만 은행권에 투입된 자금중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우리금융지주 지분중 1.29%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공적자금이 상환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은행권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 이유는 회수 과정에서 '이자'는 논의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해말 기준 약 71.1%의 공적자금이 상환됐다고 밝혔다. 총 168조7000억원중 119조9000억원을 회수했다는 것이다. 이는 이자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원금만을 기준으로 한 상환율이다.

은행들이 지금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 역시 외환위기때 급한 불을 끌 수 있도록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은행의 공공성이 부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0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IMF외환위기 당시 은행들도 대규모 공적자금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라며 "지금처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힘들 때 금융권이 먼저 대출금리를 적극 인하하는 등 상생에 나서야 한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중은행 합병의 역사.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②정부가 만들어준 체제

은행에 공공성을 요구하는 다른 이유는 사실상 5대 은행(하나, 신한, KB국민, 우리, NH농협)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과점체제'라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우리나라에서 영업하는 일반 시중은행이 번 순익은 10조5000억원이다. 그리고 이 중 이들 5개 은행이 번 순익규모가 90%에 달한다.

현재의 과점체제가 형성된 배경도 외환위기였다. 정부가 자금을 투입하며 부실 은행들을 통합,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현재 5대 시중은행중 농협은행을 제외하면 모두 과거 3~4개 이상의 은행간 M&A로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과거 '1도 1은행' 정책에 따라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지방은행들이 피인수됐다. 대대적인 은행의 구조조정은 4대 시중은행이 '전국구'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는 얘기다.

현재 은행은 정부가 '면허'를 발급해야 영업을 영위할 수 있는 이른바 '라이센스 산업'이다. 정부가 현재 체제를 구축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정부의 용인 아래 영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공적인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는게 은행의 '공공성'을 주장하는 근거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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