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을 향한 실적 후폭풍이 거세다. 사상 최고의 실적이 오히려 '지나친 이자장사'의 결과물로 여겨지면서 금융당국이 은행 경영 사안 전반을 들여다보고, 개선하겠다고 나선 까닭이다.
특히 은행 경영 핵심인 금리뿐 아니라 상생금융과 사회공헌활동도 금융당국 영향권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선 사회적 책임 강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만 비교 공시에 몰두하면 오히려 보여주기식 활동에 집중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적 책임도 '지수화'
금융감독원은 올해 은행 경영실태평가 개편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항목 비중을 확대하는 것과 동시에 은행의 사회적 책임(상생금융)에 대한 평가 비중을 늘린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평가 실효성 제고를 위한 평가 항목과 지표의 보완·개선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 협의를 거쳐 세부 방안을 확정하고 내년 시행하는 것이 목표다.
금융위는 은행의 사회공헌활동을 비교 공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실무작업반은 5차 회의에서 현행 사회공헌활동 공시가 충분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이에 대한 정비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재 은행연합회에서 사회공헌 항목을 6개(서민금융, 지역사회·공익, 학술·교육, 메세나·체육, 환경, 글로벌)로 구분해 매년 실적을 집계·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공시가 정량적 수치에만 의존하고 있고 획일화된 항목으로 구성돼 있어 은행의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유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을 비롯해 실무작업반에선 은행의 영리 목적 행위는 사회공헌활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금융위는 금액(정량적 항목) 뿐 아니라 다양한 정성적 항목을 비교공시하는 방안을 추진해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 영역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관련기사: '누가 더 잘하나' 은행 사회공헌도 비교공시 추진(4월13일)
책임 강화 vs 지나친 간섭
과거 외환위기(IMF) 이후 은행을 살리기 위해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바 있고, 은행은 공적 역할까지 포함한 허가업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국내 은행의 순이익중 이자이익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등 금융 소비자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정부가 은행 수익 일부의 사회 환원을 강조하는 이유다.
이에 국내 은행들은 취약차주 지원을 위한 가계대출 금리 인하, 저금리 대환대출 상품 출시, 채무감면 프로그램 시행 등 상생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시중은행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집계해 발표하고, 일부 은행이 자체적으로 사회공헌활동 내역을 공시하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은행이 벌어들인 이익에 비해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고 영역도 한정된 만큼 제도개선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은행 사회공헌활동 지출 내역은 순이익의 6% 수준에 불과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공헌이나 상생금융 활동을 특정하기 어렵고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직접 지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관련 활동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소비자에게 알린다면 간접적 형태로 은행들의 경쟁을 자극할 수 있어 사회적 책임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은행권에선 지나친 간섭이란 비판도 나온다. 금융당국 기대와 달리 보여주기식 사회적 활동에 치우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지출이나 활동은 포괄적이라 수치화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정성적 항목을 포함해 비교 공시한다고 해도 눈에 보이는 활동에만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공시 등으로 은행 간 금리 경쟁 강도가 조금 높아졌을 순 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준으로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났는지는 회의적"이라며 "비교 공시를 통한 경쟁 유도가 모든 분야의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