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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주홍글씨 논란]⑤금산분리 완화, '윈윈카드' 될까

  • 2023.02.28(화) 06:11

결 달라진 금산분리 완화…'은행 공적 역할 강조'
일본 금산분리 완화, 구조적 문제 해결 기여

윤석열 대통령의 "공공재적 성격" 발언 이후 은행권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은행 수익 절반 이상이 서민 주머니에서 나온 이자이익이라는 점에서 긍적적인 여론도 존재한다. 하지만 정부 개입으로 시장이 왜곡될 가능성도 있고, 청사진없이 제도개선 작업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우려도 크다. 현재 은행 체제 개편 필요성이 제기된 배경과 실효성 있는 대책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그래픽=비즈워치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지적하면서 이른바 '희생'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은행들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고 하면서다.

그 핵심은 바로 금산분리 규제 완화다. 은행이 금융사업외 비금융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권은 마냥 규제완화를 '당근'으로만 보지는 않는 모습이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주는 대신 이자에만 기대지 않는 사업 포트폴리오 구상과 은행의 공적인 역할을 더욱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사진 가운데)이 2022년 11월 1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금융위 제공

'결' 달라진 금산분리 규제 완화의 이유

금산분리 이슈는 지난해 정권이 새로 들어서면서부터 부각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취임일성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도 'BTS(방탄소년단)'과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금융회사의 출현을 뒷받침하겠다는, 즉 국내 금융회사의 경쟁력 강화 차원의 의미가 컸다. 

다만 최근에는 금산분리를 추진하는 기조가 약간 바뀌었다. 국내 금융회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의미는 여전하다. 여기에 수익원 다변화를 통해 이자이익에 편중되지 않은 사업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성격이 더 강하다는 게 은행권 분석이다. '당근'과 '경고'의 의미가 함께 들어가 있다는 평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2일 해외 투자자 13개사의 운용 전문인력들과 만나 "국내 은행들은 총이익의 80% 이상을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등 과점적 지위에 안주하고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은행산업의 경쟁력을 지속해서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금산분리 규제 완화 필요성을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은행 관계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취임 당시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국내 은행들의 글로벌 경쟁력 확대를 위해서였다면 최근 금융당국의 금산분리는 새로운 수단을 마련해줄 테니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메시지가 더욱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검증 시작한 '금산분리' 효과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해 은행의 비은행 사업 진출을 허용할 경우 은행의 수익원 다각화는 빠른 속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은행들은 새로운 먹거리에 목말라 있어서다. 

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 역시 그간 비이자 이익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추구했을 정도로 수익원 다각화에 노력해왔다"라며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된다면 당연히 전사적으로 먹거리 발굴이 가능한 업권찾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해 금융당국이 추구하는 은행의 공적인 기능 강화도 동시에 이뤄낼 가능성도 있다. 

이는 당장 이웃 나라인 일본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내놓은 '금산분리 규제 완화와 일본은행들의 비금융 비즈니스 진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금융당국은 2016년 법 개정을 통해 은행이 수행할 수 있는 비금융 업무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에는 은행이 진출할 수 있는 비금융 업무의 정의에 △지역경제 활성화 △산업생산성 향상 △지속가능 사회구축 등을 명시해 '공적인 목적'을 더욱 강화했다. 

이를 통해 일본의 지방은행들은 지역 특산품을 판매할 수 있는 지역상사를 설립해 특산품 제조 지역 거래처의 이익 제고, 특산품 개발을 통핸 지역 브랜드화 등의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었다. 

인재소개회사 등의 설립도 이뤄졌다. 일본 지방의 경우 고령화, 젊은 노동력의 도시유출로 생산가능인구가 바르게 감소했고 지방기업들에게는 인재 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일본의 지방은행들은 인재소개회사를 설립해 지역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공급했고 이 과정에서 채용자 연봉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아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도 했다. 

국내 금융당국이 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은 창출해 냈음은 물론 은행이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자리잡은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이 금융규제 유예제도를 통해 제공하는 비금융 서비스를 보면 모두 수익원 창출보다는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를 통해 금융소비자에게 더욱 다양한 혜택을 돌려주기 위한 취지의 서비스들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KB국민은행이 서비스 하고 있는 알뜰폰서비스 Liiv M은 기존 통신사 대비 저렴한 금액으로 통신서비스를 제공중이다.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는 가맹사업자들에게 다른 배달 플랫폼에 비해 낮은 수수료, 광고비 무료, 입점 수수료 무료 등의 혜택을 제공중이다. 

이 관계자는 "국내 은행 역시 현재 국내 비판여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일본과 마찬가지로 비금융진출의 길을 열어주면 은행 역시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곳에 투자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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