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다시 들고 온 금산분리(금융과 산업 자본의 분리) 완화 카드에 금융권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앞서 금융위는 '금융회사 자회사의 투자제한 완화' 등을 들여다보다 '자회사가 아닌 핀테크기업에 대한 금융지주사 출자제한 완화'로 대상을 구체화 했다.
사실상 금산분리 완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임 김주현 금융위원장 시절부터 거듭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언제나 말뿐 실질적인 후속 조치가 뒤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6월까지 관련 방안을 마련하고 법 개정을 마치기로 했다.
8일 금융위는 올해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통해 금융지주사와 핀테크 간 협업 강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금융지주회사 출자제한을 완화해 핀테크기업에 대해서는 15%까지 주식을 보유토록 허용하는 것이다. 금융과 산업 자본이 상대 업종의 소유나 지배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완화를 시사한 걸로 금융권은 풀이한다.
현행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시중은행의 지분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금융지주사는 비(非)금융 회사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고, 은행과 보험사는 다른 회사 지분에 15% 이상 출자가 불가능하다. 그간 금융지주사들은 은행, 보험사에 준해 지주사 투자범위를 늘려달라고 요구해 왔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금융과 비금융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에, 금융당국도 금산분리 규제를 풀어 혁신을 촉진 시키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 금융위는 금융회사 자회사의 투자제한 완화 및 금융회사의 부수업무 규제 완화 등으로 얽힌 실타래를 풀려다 자회사가 아닌 핀테크기업에 대한 금융지주 출자제한 완화로 방향을 틀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는 핀테크기업을 자회사로 지배하기보다 적정규모의 지분투자를 통한 협업을 원하고, 핀테크기업은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지주사 지원을 받는 이해관계가 맞물렸다"고 설명했다.
당초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큰 기대를 걸었던 금융권 분위기는 싸늘하다. 2022년 김 전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약속한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임기 끝까지 답보상태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 2023년 8월 금산분리 완화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가 야당 반대에 부딪혀 이를 무기한 연기했다.▷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금융당국 '금산분리' 함구령의 이유(2023년 5월27일)
그런데 여소야대 국면이 여전한 데다, 탄핵정국 소용돌이에 각종 정책 논의가 올스톱된 상황에서 금산분리 안을 다시 꺼낸 것이다. 금융위는 관련 방안을 마련하고 법 개정을 마칠 마지노선을 오는 6월로 잡았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면 기존 정책 방향을 수정하거나 아예 새판을 짜야 할 수 있다. 더구나 금융지주사의 주식소유 금지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더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도 규정돼 있다. 단순히 지주회사법만 고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금융권은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완화를 완주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금융지주사 한 관계자는 "전임 위원장의 정책을 계승했다 정도로만 받아들이고 있다"며 "우선 순위에도 밀려 힘이 많이 빠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금융위는 금융지주 자회사인 핀테크기업의 금융사 지배를 허용키로 했다. 단 로보어드바이저 활용 투자자문업 등 업무연관성이 있는 금융사에 한정한다. 현행은 다른 회사 소유가 불가능하다.
위험관리와 내부통제, 고객 분석과 상품 및 서비스 개발 등 경영관리 목적 범위를 명확히 하면 금융그룹내 자회사간 데이터 공유도 가능해진다. 통합플랫폼, 그룹 브랜드 사업 등도 지주사 업무로 허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