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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온스랩, 펩트론 등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특허만료와 경쟁약 출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들에게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제약사의 제품 가치를 보전할 수 있는 자체 제형(약물이 투여되는 방식) 변경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똘똘한 '제형 변경 기술'을 보유한 곳이 글로벌 제약사의 러브콜을 받아 기술 상용화까지 성공하면 엄청난 규모의 기술료를 받을 수 있다. 이미 성공 사례가 있다. 미국계 제약사인 머크와 계약으로 단숨에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오른 알테오젠이 주인공이다.
SC제형변경 시장 커진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제형 변경 기술을 보유한 기업 가운데 두각을 보이는 곳이 휴온스랩과 아미코젠이다. 먼저 휴온스랩은 현재 정맥주사 약물을 피하주사(SC)제로 바꾸는 데 쓰이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이 약물은 미국계 바이오기업인 할로자임의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하일레넥스'와 아미노산 서열이 같다. 휴온스랩은 국내에서 임상시험 진입을 위해 시험계획서를 제출한 상태다.
아미코젠은 할로자임이나 휴온스랩과 다른 독자적인 종류의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개발에 착수했으며 9월 국내에 특허를 출원했다.
두 기업이 이처럼 SC제형변경 기술을 확보하려는 이유는 특허만료나 경쟁약 출시로 어려움을 겪는 글로벌 제약사의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정맥주사와 비교해 피하주사제는 환자가 가정에서 직접 투여할 수 있고, 1시간가량 걸리는 투약시간을 5분 내외로 줄일 수 있다. 약물이 피하조직을 통해 천천히 전달되며 우리 몸의 면역체계 등에 부담을 적게 줘 부작용도 개선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머크는 정맥주사로 쓰이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피하주사제로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알테오젠의 제형변경 기술이 접목됐다. 키트루다의 주요 특허는 오는 2028년 만료된다.
알테오젠은 지난해 머크와 계약으로 단숨에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도약했다. 키트루다의 연 매출액은 약 40조원. 알테오젠이 이 중 일부만 로열티로 받아도 막대한 수익을 거머줠 수 있어서다. 이 비율은 양사 간 협의로 비공개했으나 시장에서는 3~5% 수준으로 추정된다.
주력 제품의 특허만료는 머크만의 고민이 아니다. 올해만 해도 '스텔라라' 등 연 매출액 1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약물의 주요 특허가 만료된다. 정맥주사제형으로 개발된 약물을 보유한 제약사는 머크처럼 SC 제형변경 기술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기술을 가진 곳은 아직 할로자임과 알테오젠 두 곳 뿐이다. SC제형변경 시장이 여전히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주목받는 다른 제형변경 기술은
특허만료를 앞둔 블록버스터 의약품 중에는 '아일리아'나 '프롤리아'처럼 이미 SC제형으로 개발된 약물도 있다. 이들 의약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을 위해서는 다른 솔루션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방법이 약물의 지속력을 늘려주는 장기지속형 제형이다.
리제네론은 지난 2023년 아일리아의 특허만료를 약 2년 앞두고 기존보다 용량을 4배가량 늘린 고용량 제품을 출시했다. 약물의 지속기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지난달 안과질환 약물의 지속성을 늘리는 제형변경 기술을 갖춘 옥슐라를 인수하기도 했다.
최근 장기지속형 제형변경 기술은 비만약 시장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허만료에 대비하기보다 다른 비만약과 경쟁에 맞서 차별화된 강점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국내에서는 펩트론이 지난해 비만약 '젭바운드'를 출시한 일라이릴리와 공동연구 계약을 맺는 성과를 냈다. 펩트론이 일라이릴리와 자체적으로 개발한 장기지속형 제형기술인 '스마트데포'를 활용해 비만약과 같은 펩타이드 기반의 약물을 개발하는 내용이다.
대웅제약, 삼천당제약 등 주사제를 먹는 약으로 변경해 복용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들도 있다. 단백질 기반의 생물학적 의약품은 소화과정에서 쉽게 분해되는 등의 문제로 개발 난이도가 높다. 이에 아직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없는 탓에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헌제 신약개발연구조합 연구개발진흥본부장(전무)는 "제형변경 기술은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나 약물 부작용 등을 개선할 수 있어 글로벌 제약사들이 자체적으로 시도하거나 파트너사를 통해 전문성을 보완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이 분야에서 연구성과가 많고 무척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