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의 금리산정체계에 개입하면서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태세인데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금리를 낮추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정책간 불균형이 야기될 것이란 지적이다.
아울러 민간 금융회사 금리산정체계에 개입하게 되면 전체적인 은행업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통화정책 무력화 논란…당국은 '아니다' 진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021년 8월을 시작으로 꾸준히 기준금리를 끌어올렸다.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까지 1년반 동안 총 10차례에 걸쳐 0.5%였던 기준금리를 3.5%까지 인상했다.
한은이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상한 최대 요인은 물가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점차 종료되면서 경제활동이 재개되기 시작한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전쟁,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 다양한 요인이 겹치면서 물가가 빠르게 상승했다. 물가안정이 최우선 목표인 한은이 유례없이 강력한 통화정책을 펼친 이유다.
통상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환매조건부채권매매(RP), 대기성 여수신 금리, 콜시장 등 금융기관간 초단기 거래에서 금리가 상승한다. 거래에서 붙는 '이자'가 높아지다 보니 금융기관에서 취급하는 금리도 올라가게 된다.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은행의 금리, 특히 대출금리 인하에 대한 압력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 결과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효과가 퇴색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통화정책과 금융당국 정책간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물론 통화당국 수장들은 이같은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이 늘어난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통화정책은 작동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1년반 동안 기준금리가 300bp 오르면서 기업과 가계가 높은 금리를 피부로 많이 느끼고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은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 9일 "당국의 방향이 통화 정책을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것도 잘 안다"면서도 "복잡한 경제학적 논리를 떠나 금융소비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 자체가 통화정책 효과의 발현으로 볼 수 있지 않겠냐"라고 했다.
다만 금융권의 반응은 다르다. 은행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을 체감하기 위해선 기존 대출 차주들의 금리가 변동되는 시점을 봐야 이는 통상 6개월 주기"라며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곧장 대출차주들에게 체감된다고 확답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인하 압박을 지속한다면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체감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적용되는 금리는 기준금리 흐름과는 다른 추이를 나타낼 수도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 '경쟁력 악화'·'대출 문턱 확대' 우려도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대출금리 인하 압박은 은행들의 경쟁력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통상 은행이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는 다양한 비용이 포함되고 연간 목표이익률 역시 반영된다. 은행의 연간 핵심전략이 포함된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개입하게 된다면 은행은 자연스럽게 대출을 통해 나오는 목표수익률을 낮출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곧 은행의 수익성 악화와 경영 자율성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 관계자는 "목표이익률이 포함되는 부분에 금융당국이 개입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이를 낮출 수밖에 없고 마진율도 떨어지게 된다"라며 "단순 이자장사라는 프레임이 아닌 금융회사의 경쟁력과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최근 발행한 보고서에서 "대출 가산금리 산정시 반영되는 업무원가, 리스크프리미엄, 목표이익률 등은 내부 경영사항"이라며 "정부가 금리산정체계 개선 차원에서 내부 경영사항을 통제하는 경우 경영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대출 역시 고신용자 혹은 우량자산담보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도 높다는 게 은행권의 시각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자칫 공시되는 대출금리를 낮추는 데만 은행들이 집중할 수 있다"며 "자연스럽게 대출금리가 낮은 고신용자, 담보위주 대출을 주로 취급하게 되는 기조가 나타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