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손해보험협회와 현대해상·DB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습니다. 지난해 백내장 관련 실손의료보험금 지급 기준 강화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죠. 그런데, 실손보험 보유계약 비중이 11%인 업계 1위사 삼성화재는 조사하지 않아 그 배경에 아직까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이달 9일부터 11일까지 손보협회·현대해상·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흥국화재 등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관련기사 : 공정위, 손보업계 손본다…백내장 보험금 미지급 '정조준'(5월 9일) 공정위가 해당 손보사들이 백내장 등과 관련한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공동행위(담합)를 했는지 등을 살펴봤다는 게 업계의 추측이죠.
업계는 삼성화재가 공정위 조사대상에서 빠진 데 대해 아직까지 물음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실손보험 보유계약의 11.6%를 차지하는 손보업계 1위사가 공정위의 칼날을 피해 간 게 의아하다는 거죠.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와 관련해선 어떤 사항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고 삼성화재 측도 "이유를 모른다"고 했습니다.
온갖 추측과 가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부지급률'이 삼성화재가 가장 낮은 게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심사나 손해사정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의료기관에 소속된 전문의 등에게 의학적 소견을 묻는 행위를 뜻하는 데요. 지난해 보험사들이 백내장수술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하면서 불필요하게 과도한 의료자문을 실시했다는 지적이 있었죠.
지난해 삼성화재의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부지급률은 2.19%에 불과했습니다.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벌인 △현대해상(8.5%) △DB손해보험(10.48%) △메리츠화재(6.21%) △흥국화재(12.39%) 등과 비교해 현저히 낮았죠. ▷관련기사 : [보푸라기]늘어나는 보험사 '의료자문'…보험금 삭감수단?(2022년 4월 30일)
딱 떨어지는 답은 아닙니다. 지난해 삼성화재의 질병·상해 등 장기손해보험 보험금 부지급률은 1.53%로 업계 평균(1.48%)보다 높았거든요. 전체적으로 보면 보험금을 안 준 비율이 다른 회사에 비해 되레 높았다는 겁니다. 이와 더불어 업계 대형사중 하나인 KB손해보험은 의료자문 뒤 보험금 부지급률(11.64%), 장기손해보험 보험금 부지급률(1.6%) 등이 모두 높은데도 공정위 '눈'을 피해갔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기막힌 우연의 일치로 금감원장이 참석한 해외 투자설명회(IR)에 함께 나선 삼성화재와 KB금융지주 계열사(KB손보)만 공정위 조사에서 제외됐다"는 우스개소리도 던집니다. ▷관련기사 : 동남아 찾은 이복현 "韓정부, 해외투자자 자본시장 접근성 높일 것"(5월 9일)
결국 한 쪽에선 대통령실에 등 떠밀린 공정위가 두서없이 조사에 나섰다는 쓴소리가 나옵니다. 백내장 관련 보험금 지급기준 재정비는 대통령실 추진과제중 하나인데요. 눈치를 살피는데 급급한 나머지 공정위가 헛발질을 했다는 거죠. 손보사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짧은기간동안 일반·자동차·장기보험에 대한 데이터를 전방위적으로 수집해 간 것으로 안다"며 "어떤 식으로 조사 결론이 날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