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말부터 운전자보험의 가입기간이 최대 20년으로 단축된대요. 금융당국이 최대 100세 '세(歲)만기'로 운영됐던 운전자보험을 최대 20년 '연(年)만기'로 바꾸기로 했거든요. 보험료를 내기만 하고 정작 혜택은 못 받는 초고령 운전자들이 많아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배경입니다.▷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바뀐 회계 CSM이 없앤 '어른이보험'(7월20일)
상품 개정을 예고하면서 현장에선 여름 휴가철 영업 비수기를 맞아 위축됐던 영업이 절판 마케팅으로 활기를 찾을 전망이랍니다. "80~100세만기 상품이 없어지니 서둘러 가입하라"는 식이죠. 금융감독원에서 "절판마케팅 등 불건전 영업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험사 내부통제 강화를 지도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겠어요?
총 보험료는 80세만기가 싼데…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상품이 더 유리할까요? 보험업계에 문의해보니 '20년납 20년만기', '20년납 80세만기' 상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하더군요. 전자는 20년간 보험료를 나눠 내면 20년 동안 운전자보험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고요. 후자는 20년 보험료를 내면 80세까지 보장이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이 두 기준을 가지고 설명해 보겠습니다.
무엇보다 월 보험료가 가장 중요하겠죠. 만기를 고민하는 이유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만기를 길게 하면 월 보험료가 (당장은) 비싸고, 짧게 하면 (당장은) 싸니까요. 운전자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형사합의금인 사고처리지원금, 대물 포함 벌금, 변호사 선임비용 등을 보장받기 위해서죠. 실손의료보험이나 자동차보험에서는 없는 보장항목이잖아요.
예를 들어 △사고처리지원금 1억원 △벌금 3000만원 △변호사 선임비용 2000만원의 보장금액을 가정하고 월 보험료를 계산했을 때 20년 만기는 4410원, 80세 만기는 8140원이 각각 산출될 수 있다고 해요.(여자 30세, 직업급수 1급, 자가용운전자, 20년납 기준) 물론 보험료는 보험사마다, 개개인마다, 보장금액마다 모두 다르다는 점 꼭 알아두시고요.
매달 내야 하는 보험료가 배 가까이 차이가 나죠? 그런데 똑같이 '80세까지 보장'받는다고 했을 경우 총 내는 보험료를 단순 계산했을 때 20년 만기는 264만6000원이고요. 80세 만기는 195만3600원이에요. 무려 70만원가량 격차가 벌어집니다.
20년 만기는 20년의 보험기간이 끝나면 20년짜리 보험에 '1.5회'(보험료 동일 가정) 재가입해야 해서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보험을 평생 쭉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보험료 부문에선 80세만기가 더 싼 거예요.
자주 바뀌는 교통법규…내 보험 어떻게?
문제는 세상이 바뀐다는 거죠. 보험설계사들은 "기존보다 더 좋은 담보로 보험을 소개하겠다"면서 업셀링(upselling, 상위 모델이나 개선 상품 판매) 전략을 폅니다. 교통법령이나 한도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운전자보험은 갈아 태우기 좋은 상품 중 하나거든요.
교통사고처리지원금만 봐도 그래요. 2018년 말까지는 3000만원이 최고 보장한도였는데요. 2022년 말에는 2억원으로 4년 새 7배가량 늘었죠. 올 초에는 2억5000만원까지 보장해주는 보험사도 생겼대요.
올 초에는 검찰 기소 전 경찰 조사단계부터 선임한 변호사 비용을 대주는 특약까지 나와서 인기몰이를 했었죠. 이전에는 정식 기소되거나, 재판을 받거나, 실제 구속됐을 때만 변호사선임비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변호사가 "보험 가입하세요" 권유한 사연(1월12일)
그래서 운전자보험은 늘어나는 보장한도나 바뀌는 교통환경을 생각하면 만기를 짧게 해서 자주 갈아타는 게 더 낫다는 목소리도 있어요. 보험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금융상품이니까요 바뀌는 환경에 맞춰 든든한 보장을 해줄 수 있는 상품이 좋다는 거죠.
'세만기파'는 또 이렇게 반박합니다. "보험사에서 왜 지속적으로 새 상품의 특정 한도를 넓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는 결국 '보험사가 짊어져야 하는 손해율이 낮다'는 얘기다. 고액의 보험금은 받을 확률이 낮은데 보장을 무한대로 늘릴 필요는 없다"라고 말이죠.
보험사들은 보장 한도를 합의금 등 통상적으로 나가는 금액보다 더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는 불안 심리를 이용하는 측면도 있겠죠.
'연만기파'는 이렇답니다. "보장금액을 넓혀도 보험료 변동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어찌 될지 모르니 만일을 생각하면 많이 받을 수 있는 상품이 낫잖냐"고요. 면책기간을 두고 있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기간이 있는 다른 보험과 달리 운전자보험은 보험료를 내는 즉시 보장되니까요.
사라지는 '세만기'가 나은지 남는 '연만기'가 나은지, 선택은 결국 소비자의 몫입니다. 보장 한도가 낮거나 그때그때 법 개정 이슈로 보완이 필요하다면 운전자보험을 중도에 갈아탈 수 있겠죠. 하지만 보험료가 부담이 될 정도로 크다면 억지로 갈아탈 필요야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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