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픽스 금리 상승세가 무섭다.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 금리는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당장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은 차주들은 금융 부담이 직접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로 인해 변동형 주담대 금리와 혼합형(고정+변동) 금리 격차가 커지고 있다. 차주들 입장에선 금리가 낮은 혼합형 주담대를 선택하는 게 유리한 상황이다.
다만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금리구조를 바꾸기 위한 금융당국의 무리한 정책개입은 지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금리 부담 커지는 변동형 주담대
1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0월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 금리는 3.97%를 기록했다. 올 들어 가장 높은 숫자다. 잔액기준과 신잔액기준 코픽스도 각각 3.9%와 3.33%로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난해부터 기준금리가 빠르게 인상되며 코픽스 금리도 동반 상승했다. 이 영향으로 변동형 금리가 혼합형보다 높은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났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5.7~6.2% 선에 형성된 반면 혼합형 금리는 4.7~6% 수준이다.
코픽스를 준거금리로 사용하는 변동형 주담대의 경우 코픽스 금리 변동이 바로 대출금리에 반영된다. 코픽스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변동형과 혼합형 금리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영향으로 혼합형을 선택하는 금융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주담대 가운데 고정형(혼합형도 초기에는 고정형으로 반영) 비중은 41.4%(9월 기준)로 1년 전(33.3%)보다 8.1%포인트 증가했다.
고정형 확대 주문하는 금융당국…변수는
이처럼 주담대 비중이 변동형에서 고정형으로 옮겨가는 것은 금융당국도 원하는 내용이다. 변동형 이용 차주는 금리 변동에 취약해 금융당국은 은행들에게 장기간 안정적으로 금리를 유지할 수 있는 순수 고정형 상품 취급을 유도하고 있다. ▷관련기사: [고정금리 안착, 가능할까]①인센티브 아닌 페널티였다(6월19일)
지난 8일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에서도 금융당국은 은행이 장기·고정금리 주담대를 적극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은행별 고정금리 대출실적을 예금보험료 차등 평가 보완지표에 반영하는 방안을 내년 1월부터 시행, 순수 장기·고정금리 대출 등에 대해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형태의 행정지도 역시 내년 1분기중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변수도 존재한다.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다. 우리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정책을 마무리할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큰 폭으로 둔화됐기 때문이다. 미국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전년 동기대비)로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4분기 들어 미국 경제지표도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어 이번 물가 상승률 발표를 기점으로 연준의 긴축 여정이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미 연준이 통화긴축 정책을 완화할 경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고금리 유지 정책에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이 인위적으로 대출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주담대 차주의 상환부담이 커지자 은행에 고정금리 주담대 공급을 활성화하려는 정책방향이 발표됐다"며 "하지만 장기 고정형 주담대는 통화정책의 전달을 약화시키고 금리 리스크 노출 확대로 금융안정을 저해하며 사회 전반의 주거이동성을 낮출 수 있다는 단점도 제기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담대 금리구조에 대한 정책개입은 단점을 고려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