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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금리 안착, 가능할까]③금융정책 실효성 '물음표'

  • 2023.06.22(목) 06:01

고정형 안착 위해 장기자금조달 활성화 필요
커버드본드 발행 지원…은행권 반응은 '냉담'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이 국내 시장에 안착되려면 은행의 공급과 소비자 수요뿐 아니라 장기 자금조달을 위한 구조적 변화 등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특히 은행은 장기 자금조달이 가능해야 안정적으로 순수 고정형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팔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낮아져야 소비자 선택이 늘어난다. 고정형 주담대 안착을 위해선 근본적으로 자금조달시장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금융당국도 그동안의 문제점을 보완해 장기 자금조달을 위한 커버드본드 발행 유도, 스왑뱅크 설립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금융 전문가들이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은행권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표한다. 자금조달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위한 금융당국 역할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존재감 없던 커버드본드, 발행 가능할까

금융위원회는 고정형 주담대 확대를 위해 금융권의 장기자금조달 방안도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변동형 주담대 비중이 높은 구조적 원인으로 MBS(주택저당증권)나 커버드본드(Covered Bond) 등 은행의 장기자금조달이 활발하지 않아 수신 만기구조가 짧다는 게 중요한 원인이라는 분석(한국은행) 때문이다. 

주목할 부분은 은행들의 장기자금조달 수단인 커버드본드 발행이 활성화될 수 있느냐다. 커버드본드는 금융기관의 중장기 자금 조달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우량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일종의 담보부 채권이다.

우선 금융위는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MBS 발행물량을 단계적으로 조정해 커버드본드 수요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주금공 MBS에 투자해오던 기관(은행·보험·연기금 등)이 커버드본드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전략도 담았다. 자산유동화를 통한 자금 확보는 주금공이 발행하는 MBS에 쏠려있는데 무게중심을 커버드본드로 조금씩 이동시키겠다는 의미다.

또 커버드본드 등 장기채권에 대한 예대율 규제도 완화한다. 구체적으로는 커버드본드의 예수금 인정 한도를 현행 최대 1%에서 2~4%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동안 금융권에선 커버드본드 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이 담보로 제공된 대출은 예대율(원화대출금/원화예수금+커버드본드+CD)의 대출 산정에서 제외하거나 가중치를 낮추는 방안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예대율 산정시 분자에 해당하는 대출 항목을 줄이자는 것이었는데, 금융위는 커버드본드 예수금 인정한도를 늘려 분모에 여유를 주는 방식을 택했다.

스왑뱅크 구조/자료=금융위원회

이와 함께 금융위는 스왑뱅크 설립도 추진한다. 고정금리 대출 취급으로 인한 금리 변동위험 헤지(Hedge)를 지원하기 위해 은행에서 고정금리 현금 흐름을 받고 변동금리 현금 흐름을 지급하는 '이자율스왑 전문 금융기관'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왑뱅크 설립 등은 은행들이 만기가 긴 대출 상품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효성 물음표 던진 은행권, 이유는

금융당국이 고정형 주담대 확대를 위해 커버드본드 발행 등을 유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가계부채 연착륙에 대한 종합대응 방안'에서 고정금리 대출 실행을 위한 방안을 마련한데 이어 2014년 커버드본드 발행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하지만 실제 발행한 사례는 주금공과 KB국민은행 정도에 불과하다. 법 제정 당시에는 저금리 상황이라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 은행권의 자금 확보 필요성이 크지 않았고, 은행들이 장기 고정금리 자금조달수단으로 커버드본드보다 주금공의 MBS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금융위가 커버드본드 발행 등 장기자금조달 수단을 지원해 고정형 주담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당사자인 은행권 반응은 냉담하다. 지원을 통한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커버드본드의 경우 투자 유인이 낮고, 예대율 인센티브 역시 은행에게는 매력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조달부서 관계자는 "커버드본드는 발행 절차가 까다롭고 발행 시스템을 갖춘 곳도 시중은행 정도라 모든 은행에 확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5년 이상 장기물이라 금리 상승에 따른 손익 등 리스크가 상존해 투자 유인이 낮다"고 설명했다. 

장기 채권을 발행하기보다 만기가 짧은 채권을 여러번 발행하는 게 은행에게는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예대율 인센티브도 커버드본드가 아니어도 보완할 다양한 방법이 상존한다"며 "비용과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유인이 적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자금조달 관계자는 "스왑뱅크를 설립해도 은행들의 막대한 고정금리 대출 자금을 변동금리로 헷징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 과정에서 시장이 왜곡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스왑 가격이 상승하면 금리에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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