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준거 금리인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가 두 달 연속 하락했지만, 시중은행들의 대출 금리는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가계대출 급증세에 금융당국이 대출 문턱을 높일 것을 주문하면서 은행들이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은행들이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수신 경쟁을 벌이고 있고 미국 채권금리 상승 등으로 시장 불안이 이어지며 대출금리는 당분간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17~6.17%로 지난 15일 연 4.05~6.17% 대비 금리 하단이 0.1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15일 8월 코픽스가 3.66%로 한달전 3.69%보다 0.03%포인트 내렸지만 대출 금리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였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NH농협, 신한, 우리, SC제일, 하나, 기업, KB국민, 한국씨티)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통상 코픽스가 하락하면 이와 연동된 주담대 변동금리도 동반 하락한다. 은행들은 코픽스 하락분을 코픽스 발표 다음 날인 16일부터 대출금리에 반영한다.
코픽스 하락에도 대출금리가 올라간 것은 금융당국이 최근 불어나는 가계대출 원인으로 주담대를 지목하자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인상한 결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최근 대출이 많이 증가한 부문을 중심으로 은행권의 대출 태도가 느슨한 부분은 없는지 중점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가계대출은 주담대를 중심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 8월말 가계대출 잔액은 680조8120억원으로 7월말 679조2208억원보다 1조5912억원 늘었다. 지난 4월 소폭 감소한 이후 5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담대 잔액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달말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14조9997억원으로 전월말 512조8875억원보다 2조1122억원 증가했다. 주담대 증가액이 1개월새 2조원을 넘긴 것은 작년 12월 2조3782억원 이후 8개월 만이다.
대출금리는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고금리 예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자금조달 필요성이 커진 금융권이 수신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올 9월 이후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정기예금의 규모는 118조원에 달한다.
기준금리 수준에 머물렀던 5대 시중은행의 최고금리도 연 4%대 문턱에 올라섰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주요 상품 예금 금리는 연 3.9~3.95%(12개월 만·우대금리 기준)로 나타났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연 3.50% 수준이었던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보름 만에 0.4%포인트 정도 상승한 것이다.
은행들의 예금금리가 올라가면 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져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은 지난해 9월 불거진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움을 겪자, 수신금리를 높여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 10월~12월 예금은행의 평균 수신 금리는 연 4%를 웃돌은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두고 고삐를 세게 쥐면서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대출 금리를 인상에 나서고 있다"며 "최근 예금금리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면서 대출금리는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