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들쭉날쭉 배당으로 안정적 금융공급 필수인 자본비율(BIS비율) 변동성이 커졌다는 질책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 육성을 위한 금융지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비판이다.
앞서 강석훈 회장은 자체적인 자본확충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일정 기간 배당을 유보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국회 차원의 지적이 산업은행 배당 유보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다.
배당으로 돈 빼가는 정부?
국회 정무위원회 유동수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올해 정부(기획재정부)에 역대 최대 규모인 8781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금융지주 평균보다도 높은 35.4%에 달한다.
산업은행이 이 같은 대규모 배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대규모 순이익을 거둔 까닭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2조508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한화오션 신용등급 상향으로 대손충당금과 투자지분 손상차손 환입(약 1조4000억원) 영향이라는 게 유동수 의원실 분석이다.
문제는 산업은행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다. 산업은행 순이익은 한국전력 실적과 HMM 주가 등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상황이다. 앞서 2021년에도 2조461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당시에는 HMM 전환사채 보통주 전환에 따른 처분이익(1조8165억원) 때문이다. 일시적 요인을 제외하면 산업은행은 4000억원 중후반대의 순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산업은행 BIS비율에도 직접적 영향을 준다. 유동수 의원이 지적한 부분은 산업 육성을 위한 금융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은행이 BIS비율이 불안정하면 제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가 BIS비율 유지를 목적으로 현금화가 어려운 LH(한국토지주택공사)주식 등 현물을 출자하면서 반대로 대규모 배당을 통해 현금을 유출시키는 것 아니냐는 부분이다.
실제 정부는 2022년 12월과 2023년 3월 각각 5650억원, 4350억원 등 1조원 규모의 LH 주식을 현물출자했다. 올 3월에도 LH주식 2조원을 추가로 현물출자했고, 산업은행 BIS비율은 개선됐다.
반면 2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2021년과 2023년을 포함해 최근 3년 산업은행이 정부에 배당한 현금은 1조8758억원이다.
유동수 의원은 "단기성 손익 요인으로 BIS비율이 널뛰기 할 때 정부는 현물을 주고 현금을 받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공공기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공공기관 재정을 해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배당 유보' 강조했던 강석훈, 가능할까
강석훈 회장은 취임 후 산업은행의 취약한 재무구조 개선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한전 적자와 HMM 주가 하락 등이 산업은행 실적에 직접 영향을 주면서 BIS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HMM 경영권의 조속한 매각을 강조한 것 역시 안정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피력했다.
HMM 경영권 매각이 당분간 어려워진 가운데 강석훈 회장은 정부 배당으로 눈을 돌렸다.강 회장은 지난 6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자체적인 자본확충을 위한 방안으로 일정 기간 정부 배당을 유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 재정 여건도 악화되면서 현물출자를 통한 자본확충 여건이 어려워지는 만큼 배당을 유보해 자체적으로 자본을 늘리겠다는 게 강 회장 생각이다. 3년간 배당을 유보하면 1조5000억원 가량 자본이 늘어나고 15조원 가량 대출 여력이 증가한다는 게 강 회장 설명이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HMM 못 판 강석훈, '배당 3년 유보하면…'(6월18일)
당시 강석훈 회장은 배당 유보를 위해 국회,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번 산업은행 배당 문제를 지적한 유동수 의원실은 강 회장의 배당 유보 방안에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차원에선 큰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에 배당하는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 등은 강석훈 회장이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풀어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배당과 관련해선 기재부 중심의 배당협의체에서 결정될 사안"이라며 "배당협의체가 열리기 전까지 금융위원회 등에 배당 관련 의견 등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