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이제 막 문을 연 가운데 KDB산업은행법 개정을 위한 법안이 발의되면서 향후 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1대 국회부터 이어온 산업은행 본점 부산이전을 위한 개정안과 함께 법정자본금 한도를 늘리는 개정안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두 내용 모두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안 발의 주체가 다른 가운데 법정자본금 확대는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높지만 부산이전은 이번 국회에서도 표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은 현재 2개 발의된 상태다. 부산이전 관련 개정안은 여당(국민의힘)이, 법정자본금 확대는 야당(더불어민주당)이 발의했다.
우선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은 법안은 민주당이 발의한 산업은행 법정자본금을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김태년 의원 등 12인)이다.
현재 산업은행 법정자본금은 30조원, 동일 차주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25%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개정안은 법정자본금을 40조원으로 10조원 증액하는 내용이다.
산업은행 법정자본금 한도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산업에 대한 금융지원 때문이다.
법안 내용을 보면 세계 각국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국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법령 상 신용 공여 한도를 규정하고 있어 첨단산업에 대한 기업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게 법안 발의 이유다.
강석훈 회장 역시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강석훈 회장은 지난 달 11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100조원 규모의 대한민국 리바운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자본공급여력을 확보하면 현재 기획하고 있는 반도체 분야에 자금을 추가로 배분하고 잔여 자금은 이차전지와 바이오헬스, 디스플레이와 AI(인공지능) 등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산업은행은 국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AI 코리아 펀드' 조성을 추진한다. 산업은행 출자 1500억원을 마중물로 총 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기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안은 분위기가 암울하다. 21대 국회서도 여야 모두 관련 법을 발의했지만 국회 통과는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여당은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한다는 내용, 야당은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로 한다는 제한을 없애는 내용이었다.
현 상황도 21대 국회와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노조는 부산이전을 반대하고 있고 민주당 역시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정무위 관계자는 "산업은행 부산이전은 노조도 반대하고 있고 산업은행이 자체적으로 지역본부 신설 등 부산이전을 염두에 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개정안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며 "강석훈 회장 역시 아직 국회를 찾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강석훈 회장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투 트랙 전략으로 나설 전망이다. 당장 통과 가능성이 높은 법정자본금 한도 개정안에 주력하면서 산업은행법 개정안에 대해선 국회 설득을 지속한다는 구상이다.
강석훈 회장은 "이번에 새로운 (정무위)의원이 있어서 어떤 반응일지는 모르지만 부산이나 남부권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균형성장 측면에선 어떤 의원도 명제와 대의에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성장 동력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으로 설득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간담회 직후 기자와 만나 "현 상황에선 통과 가능성이 높은 법안(법정자본금 확대)부터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