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조직개편안 밑그림이 드러났지만 최종 완성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조직개편을 통해 행정처분 권한을 민간 기관인 금융감독원이 행사하는게 적합한지 등 위법 여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됐는데요. 법 개정 등 까다로운 절차가 남아있어 국정기획위 구상대로 조직개편을 실행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신설이 사실 상 확정된 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 금소원)이 어디까지 권한을 갖고 운영될지도 관심인데요. 단순 민원처리 기구 수준으로 머물지, 실제 감독·집행 기구로서 역할을 할지 운명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금융권 의견도 분분한데요. 감독 기구 분리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과 실제 권한을 부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됩니다. 이에 초기에는 일정 부분의 감독 기능만 주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영역을 넓혀가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금융위·금감원, 조직 분리 확정적
금융권과 국정기획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금융당국 조직개편을 실행할 방침입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업무는 금융감독원과 통합한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재편하는 방안인데요.
이와 함께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신설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조직개편 대상인 금융위와 금감원 모두 조직이 분리되는 상황이죠. ▷관련기사: [현장에서]수장 공백에 조직개편 겹친 금감원…직원들은 '불안'(7월31일)
이 가운데 금감원만 떼서 보면 그 동안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은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가 맡아왔습니다.
이 조직을 분리하는 조직개편안 논의가 본격화되자 금감원 내부 직원들은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금융사 건전성에 대한 관리·감독과 소비자 보호를 명확히 분리하기 어려운 까닭인데요. 금융소비자 보호는 전체 금융시장을 관리·감독하는 현 금감원 통합감독체계 아래에서 효과적으로 수용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금소원 분리로 결론 나면서 금소원이 어떤 권한을 가질지가 관심입니다. 과거에도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 금소원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제시된 바 있었습니다.
'소봉형'과 '쌍봉형' 정체는
금소원 운영에 대한 논의 중 대표적인 두 방안은 이른바 '소봉형'과 '쌍봉형'입니다. 금융당국 조직개편안 중에서도 금소원 분리·독립은 확정적이지만 금소원을 소봉형과 쌍봉형 중 어떤 형태로 운영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고민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소봉형은 과거 박근혜 정부안에서 발의된 바 있습니다. 감독기구로부터 소비자보호 업무만을 담당하는 소비자보호기구를 분리하는 게 핵심인데요. 현재 거론되는 소봉형은 금융감독위원회 내에 금융사 건전성을 관리 감독하는 금감원과 소비자보호 담당인 금소원을 두고 운영하는 내용입니다.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기능적으로는 분리하되 통합형 금융감독기구 안에 두는 만큼 상호견제보다 협력을 도모하고 감독 업무 수행상 효율과 편의의 장점이 있다는 평가인데요. 다만 금소원에 검사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민원 창구 역할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쌍봉형은 금소원을 아예 독립해 더 큰 조직으로 키우는 방안입니다. 21대 국회에선 당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게 대표적인데요. 해당 발의안은 금감위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금소위)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독립적으로 설치한다는 게 특징입니다.
금융감독 중 건전성에 대한 감독은 금감위와 금감원, 영업행위와 자본시장에 대한 감독 등 행위규제업무 전체는 금소위와 금소원이 담당하는 내용입니다.
현 상황에선 금융감독 정책과 집행(금감위) 기능을 수행하는 것과 별개로 금소원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기구를 격상하는 게 쌍봉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소봉형 도입 후 쌍봉형 전환"
금융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쌍봉형에 대해선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감독기구가 분리되는 것이어서 업무 구분의 어려움과 중복 규제, 기관 이기주의 등이 발생하면 혼선으로 인해 오히려 금융소비자 보호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요.
금융경제연구소는 "감독체계 개편 시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면서도 "다만 감독기관을 '건전성 규제'와 '금융소비자 보호' 부문으로 나눠야 한다는 논리는 순기능보다 여러 부작용이 우려돼 소비자보호 기능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제도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금감원에서 소비자보호 업무를 담당했던 한 전직 관계자는 "조직개편 초기에 금소원에 감독 권한과 기능을 주기에는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건전성과 소비자보호 감독 권한을 명확히 구분하기 쉽지 않아 초기에는 소봉형으로 유지하는 게 무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는데요.
민간 주도의 자율형 금융시스템 전환을 강조하는 윤석헌 전 금감원장은 조직개편 초기에는 금소원에 대해 소봉형으로 운영, 점진적으로 역할을 확대해 중장기 관점에서 쌍봉형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윤석헌 전 원장은 "일단 소봉형 형태로 금소원에 소비자보호 업무 관련 검사와 제재 기능을 부여하는 수준의 권한을 주면서 조직을 분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주식거래를 비롯한 자본시장에 대한 감독 등 행위규제 기구로 금소원 영역을 확장시키는 쌍봉형 형태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특히 그는 "디지털 금융 전환 과정에서도 금융사들의 건전성보다 소비자 보호와 거래 투명성 등에 대한 이슈가 먼저 발생하고 있다"며 "단계적으로 금융시장 발달을 반영해 금소원 권한을 확대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