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일 금융위원장에 이억원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전 기획재정부 1차관)를 지명했다. 신임 금융감독원장에는 이찬진 변호사(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장)가 임명 제청됐다. 두 금융당국 수장이 새로 임명되면서 개편이 예상됐던 금융감독체계가 현행 틀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은 이 대통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재판에서 변호인을 맡았던 이 변호사 발탁에 벌써부터 술렁이고 있다. 금융감독과 관련된 경력이 전무한 데다, 이복현 전 금감원장처럼 현 정부와 코드 맞추기 정책에 앞장설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이날 이재명 정부의 첫 금융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 후보자는 금융시장과 거시경제에 탁월한 전문성을 갖춘 정통 관료로 평가받는다. 1967년생으로 서울 경신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미주리대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1991년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기재부 종합정책과장, 세계무역기구(WTO) 국내규제작업반 의장,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등을 역임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자에 대해 "경제관료로 쌓은 경륜을 바탕으로 서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금융정책과 건전한 자본시장 활성화 등 이재명 정부 금융 철학을 충실히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임시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 전 금감원장 후임으로 이 변호사를 임명 제청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내정자는 1964년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변호사로 활동했다.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장으로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노동법학회에서 함께 활동한 인물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재판에서 변호인을 맡은 바 있다.
금융감독체계 현행 유지?
금융권에선 애초 논의됐던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사실상 무산되고 현상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국정기획위원회는 금융위 소관인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넘기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감원 및 금융감독위원회가 담당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보고했다. 금감원 산하의 금융소비자보호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 신설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정위 개편안대로 금융위가 해체될 예정이었다면 새 수장을 굳이 임명할 필요가 없는 만큼, 이번 인사가 단행된 것은 사실상 개편을 접은 것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초 국정위는 이날 국정과제를 발표하는 국민보고대회에서 정부 조직개편안도 함께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발표 대상에서 제외했다.
법조계 출신·대통령 측근 '공통점'
금융권은 이 내정자의 정치적 이력에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융위는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 등 시민사회와 공적 기구에서 활동하며 경제·금융 분야 전문성을 쌓았다"며 "벤처 창업과 상장기업 등 다수 기업에 자본시장·회계 관련 법률 자문과 소송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금융 경력 부재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이 내정자의 관련 이력을 부각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금융감독과 관련된 경력이 전무해 정치적 보은인사 또는 실질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 전 원장처럼 금융권 '군기반장' 노릇을 하며 현 정부 기조에 맞춘 정책을 적극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내정자와 이 전 원장은 모두 법조계 출신이자 대통령 측근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는 점을 활용해 측근을 기용한 것"이라면서 "대통령 측근 인사라는 점에서 옥상옥 원장이 돼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이 전 원장처럼 불협화음을 낼 수도 있다"고 했다.
금감원이 사정기관화되는 데 대한 우려가 많다. 이 전 원장이 수장에 오른 뒤 금감원이 더불어민주당 흠집내기에 열을 내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화살이 정권 반대 진영을 겨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금융감독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는 인물이 수장이 되면 결국 정부 뜻대로 금감원을 쓰려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