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 중견 제약사 한독그룹의 3대(代) 후계자가 소유한 모태기업 ㈜한독의 현 지분이다. 다른 3세들을 합해 봐도 한독 계열의 사실상 지주사 지분이 0.07%가 전부다. 창업주 내외의 주식 상속 당시 손자들 몫은 한 주도 없었다. 2대의 지분 증여 또한 여태껏 전혀 없었다.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한독은 3대 지분 승계가 상당히 진척돼 있다는 데 토를 달 이가 별로 없다. ‘와이앤에스인터내셔날(Y&S international·이하 와이앤에스)’이란 매출 제로(0) ‘껍데기’ 회사의 존재 때문이다. 장손의 나이 18살 때 2대 경영자가 가성비 쩌는 우회 세습작업을 벌인 데 기인한다.
지주격 ㈜한독 오너家 핵심주주 죄다 2세
㈜한독은 한독 계열의 모태기업이자 지배회사다. 상장사 제넥신, 툴젠을 비롯해 이스라엘 다국적 제약사 테바와의 합작사 ‘한독테바’ 등 국내 8개사와 일본 기능성원료 업체 테라밸류, 미국 바이오벤처 레졸루트 등 해외 7개 법인이 ㈜한독 아래 포진한다.
2대 경영자 김영진(67) 회장은 ㈜한독 지분 13.65%를 보유 중이다. 동생 김석진(64)씨(5.13%), 누나 김금희(70) 전 서울신학대 교회음악과 교수(3.25%)가 뒤를 잇고 있다. 이밖에 매형 채영세(78)씨(1.18%), 부인 장유훈(66)씨(0.84%) 등이 있다.
㈜한독 오너가(家) 주주의 면면을 보면 핵심 주주가 죄다 창업주 고(故) 김신권 명예회장의 2세들이다. 2012년 9월 창업주의 부인 고 김정화씨, 2014년 4월 김 명예회장 별세 이후 지분 상속이 한 몫 했다.
창업주 내외가 보유했던 각각 2.14%, 4.94% 도합 7.08%가 대부분이 2세들에게 돌아갔다. 장남 0.71%, 차남과 장녀 각각 2.67%다. 이외 1.03%는 한독제석재단 몫이다. 액수로는 196억원(증여일 기준)어치다.
김 회장은 동생 등 오너 일가 7명(10.47%)과 2개 관계사 및 소속 재단(19.26%)을 합하면 ㈜한독 지분이 총 43.38다. 경영권 자체이자 전(全) 계열사를 장악하는 오너십의 원천이다.
2세 형제 소리 소문 없이 차린 ‘Y&S’
한독 3세들도 ㈜한독의 주주 명단에 들어있기는 하다. 하지만 지분이라고 할 것도 없다. 0.07%가 전부다. 2019년 4월 장내에서 저마다 1억원가량을 들여 매입한 주식이다.
3대 후계자이자 김 회장의 두 아들 중 장남 김동한(미국명 ‘김다니엘동한’·39) ㈜한독 상무 및 차남 김종한(37)씨 각각 0.02%다. 동생 김석진씨의 1남1녀 중 장남 김경한(34)씨가 0.03%로 조금 많다고는 하나 도긴개긴이다.
오산(誤算)이다. 한독 계열의 사실상 지주사 지분이 없다시피 하다고 해서 3세들을 허투루 봐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현 ㈜한독 주주사인 2개 관계사 중 하나 ‘와이앤에스’를 알고 나면 얘기가 180도 달라진다.
2001년 12월 김 회장이 소리 소문 없이 일을 벌인 데서 출발한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한독 사옥에 자본금 4억원으로 와이앤에스가 설립된 게 이 때다. 원래는 종합무역, 시장조사 및 경영상담, 교육서비스업 등 가지가지할 요량으로 만들어졌다. 반면 단지 ‘사업목적’일뿐 예나 지금이나 매출이 전혀 없는 곳이다. 한마디로 페이퍼컴퍼니다.
원래는 창업주 2세들 소유였다. 사명에 김 회장과 동생의 영문 이름 이니셜 ‘와이(Y)’와 ‘에스(S)가 달리 들어가 있는 게 아니다. 김 회장의 부인도 출자했다. 초기 이사진을 보더라도 김 회장이 ㈜한독 대표로 있으면서 와이앤에스 대표를 겸했다. 동생과 함께였다. 이외에 이사진 3명 중 한 자리는 부인이 차지했다.
한 달 만에 2세→3세 회사로 본색
한 달이면 족했다. 본색을 드러냈다. 김 상무를 비롯해 3세들의 개인회사로 확 바꿔놓았다. 2세들이 회사를 차리긴 했지만 3세들을 밀어주기 위한 가교(假橋)였던 셈이다. ㈜한독 주식을 기반으로 했다.
확인 가능한 범위로 보면, 김 상무 등 3명은 1998년 말 ㈜한독 지분 각각 1.29%를 소유했다. 도합 3.88%다. 적게는 9살, 많아야 14살 때다. 정확한 보유 경위는 파악되지 않지만, 1998년은 창업주가 일가를 대상으로 ㈜한독 지분 8.68%(9.98%→1.31%) 주식 증여와 매매가 있었던 해다.
와이앤에스 설립 이듬해 1월 3세들이 ㈜한독 지분을 전량 와이앤에스에 현물출자했다. 액수로는 1인당 약 5억원 총 15억원어치다. ㈜한독 1주당 3만5200원에 와이앤에스 액면가(5000원)에 신주(新株) 약 7주로 맞바꿨다. 3세들은 와이앤에스 지분 26.61%씩 총 79.84%를 확보했다. 와이앤에스는 ㈜한독 지분 3.88%를 넘겨받았다.
장손의 나이 18살 때 이미 김 상무→와이앤에스→㈜한독으로 이어지는 출자구조가 만들어졌다. 즉. 2002년 김 회장의 1단계 3대 지분승계 작업은 와이앤에스를 우회 승계의 지렛대로 쓰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김 상무를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려놓기 위한 정지작업도 당시에 이뤄졌다. 확인 가능한 범위로 보면, 이후 5.04% 추가 확보를 통해 2004년에 이미 와이앤에스 31.65%를 소유, 1대주주로 부상한 상태였다. 현출출자 당시에는 동생 및 사촌동생과 공동 1대주주였지만 후계자답게 일찌감치 앞질렀다는 뜻이다.
딱 여기까지다. 김 상무가 지금까지 한독 대물림 기반을 닦는데 투입한 개인자금이 기껏해야 ‘6억원+알파(α)’라는 의미다. 2002년 1월 와이앤에스 주식 26.61% 5억원(현물출자액 기준), 2019년 ㈜한독 0.02% 1억원에 더해 정확한 방식이나 액수를 알길 없는 와이앤에스 5.04%에 들인 자금을 합한 수치다. 하지만 김 상무의 영향권에 있는 ㈜한독 지분만 놓고 보면 지금의 계열 장악력은 오히려 김 회장을 압도한다.
2002~2004년 1단계 우회 지분승계 작업을 마친 뒤 김 회장의 다음 수순은 뻔했다. 와이앤에스→㈜한독 출자고리 보강에 열을 올렸다. 특히 후계자의 개인자금이 들어갈 일은 전혀 없었다.
2012년 10월 결정적 한 수를 뒀다. 48년에 걸친 ‘한 지붕 두 주인’ 합작 체제를 청산할 무렵이다. 특히 당시 와이앤에스를 ㈜한독의 1대주주로 올려놓기까지의 2단계 작업은 주도면밀함 측면에서 압권이다. (▶ [거버넌스워치] 한독 ③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