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기세포치료제 연구개발 기업인 에스씨엠생명과학이 상장 유지 압박 속에서 대규모 투자 카드를 꺼냈다. 올해로 기술특례 상장사의 연매출 30억원 요건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회사는 전격적으로 탈모·두피 케어 전문기업 인수를 추진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이번 인수가 상장 유지를 위한 해법이 될지, 새로운 재무 부담으로 돌아올지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사업다각화 및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더마시모 발행주식 22만주 전량을 65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계약금 11억5000만원을 납부했으며 주식 취득 예정일인 오는 15일에 잔금을 치를 예정이다.
잔금 가운데 일부인 13억5000만원은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40억원은 전환사채(CB)를 발행해 현금이 아닌 실물자산으로 주는 이른바 대용납부를 할 예정이다. 전환사채 발행 대상은 더마시모 최대주주인 김진솔 씨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더마시모는 에스씨엠생명과학의 100% 자회사가 된다.
관리종목 지정과 매출 압박…인수비용 재무적 부담도
이번 인수는 단순한 사업 다각화 차원이 아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지난 3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한 사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여기에 더해 기술특례 상장사로서 5년간 면제받던 연간 매출 30억원 요건 유예가 올해 종료된다.
실적은 부진하다. 최근 5년간 실적을 살펴보면 연간 매출은 매년 10억원에 못 미친 고만고만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영업손실은 2020년 161억원을 낸 이후 122억, 126억, 130억, 113억원으로 매년 1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 역시 12억원 수준으로, 연간 30억원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지연과 투자 유치 실패가 이어지면서 제대로 된 매출 기반을 구축하지 못한 채 적자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이 이번에 인수할 더마시모는 그에 비하면 제법 매출 외형이 큰 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44억원, 올해 상반기 매출은 85억원이다. 에스씨엠생명과학 입장에서는 매출 요건 충족이 가능한 구원투수인 셈이다.
외부평가기관 바름회계법인은 더마시모의 주식가치를 60억5500만~70억9800만원으로 평가했으며, 인수 금액 65억원은 적정 범위 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인수 계약에 따라 인수금액 65억원 가운데 현금은 총 25억원 가량을 지급하고 나머지 40억원은 전환사채로 납부할 계획이다. 현금 부담을 줄인 구조지만, 전체 인수 금액이 자기자본(2024년 재무제표 기준 142억원)의 45.8%, 총자산(232억원)의 28.1%에 달해 재무적 부담이 상당하다.
경영 안정화와 글로벌 뷰티 사업 확장
이번 결정을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경영권 변동이 있다. 창업주 고(故) 송순옥 대표의 별세 이후 약 3년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은 회사의 경영 불확실성을 심화시켰다. 올해 7월, 송기령 전 대표가 물러나고 해외 MBA 출신인 김유정 신임 대표가 취임하면서 새로운 경영 체제가 출범했다.
앞서 3월에는 마르시아 신기술조합 제77호를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8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고 최대주주도 변경됐다. 이를 기반으로 회사는 재무 안정성을 강화하고, 향후 사업 확장 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회사는 2023년 7월 론칭한 줄기세포 기반 탈모 케어 브랜드 '이로로(Iroro)'를 중심으로 홍콩, 베트남, 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하며 뷰티 사업을 확대해왔다. 이번 더마시모 인수는 단기적인 매출 확보뿐만 아니라 줄기세포 기술 기반 뷰티 사업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 확장 전략을 이어가기 위한 선택으로도 볼 수 있다.
투자자 신뢰 확보 위해 '신약 개발 성과' 중요
이번 인수가 본업인 바이오 신약 개발과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더마시모 매출 편입을 통해 관리종목 리스크 완화 효과가 기대되지만, 장기적인 투자자 신뢰와 기업 가치는 결국 핵심 파이프라인의 신약 개발 성과와 연구 역량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인수 금액이 자기자본의 절반에 가까워 재무 구조와 자금 운용 부담이 크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단기적인 매출 확보를 위한 '비핵심 사업 다각화'가 오히려 투자자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그간 다수의 바이오텍이 매출 요건을 맞추기 위해 신약 개발과 직접 관련 없는 회사를 인수했지만, 단기적 매출 확보에는 도움이 됐어도 장기적인 수익성 개선과 전략적 성과 창출 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다.[관련 기사: 바이오 특례상장사, '화장품에 타이어' 별별사업 나선 이유]
대표적인 사례로 셀리드를 들 수 있다. 셀리드는 지난해 매출 요건 충족을 위해 베이커리 기업 포베이커를 인수했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 셀리드 전체 영업손실은 51억원으로 전년 동기 56억원 적자에서 수익성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신약 파이프라인의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은 가운데 베이커리 기업 인수만으로 장기적인 수익성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이 향후 지속 가능한 경영과 장기적 기업 존속을 실현하려면, 탈모케어 사업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이를 기반으로 바이오 신약 개발에 투자해 성과를 내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텍 업계에서는 매출 요건 충족과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비핵심 사업 인수 사례가 늘고 있지만 단기적인 매출 확대만으로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기는 어렵다"며 "궁극적으로는 핵심 파이프라인의 신약 개발 성과와 연구 역량이 기업의 성장과 투자자 신뢰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