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바이오 산업이 긴 터널을 지나 바닥을 통과하고 있습니다."(바이오코리아 2026 행사장에서 만난 한 CRO 업체 관계자)
"아직 체감되는 변화가 없습니다. 관심이 대형사에만 쏠립니다."(행사장에서 만난 한 바이오벤처 대표)
지난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바이오코리아 2026' 현장에서는 산업 회복을 둘러싼 '조심스러운 낙관론'과 '여전한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정부 지원책과 시장의 유동성 등에 힘입어 반등의 기미가 포착되고는 있으나, 그 온기가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면서 업계 내 시각차가 갈리는 양상이다.
"바닥 찍었다" "여전히 가혹한 환경"
바이오코리아는 바이오헬스 산업의 미래 기술과 비즈니스 트렌드를 조망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바이오 컨벤션이다. 올해는 '혁신과 돌파, 더 나은 미래로'를 주제로 59개국 75개사가 참가했으며 특히 전시장에는 20개국, 299개사, 364개 부스가 마련됐다.
참가 기업과 참가자들은 각자의 파이프라인과 제품을 앞세워 비즈니스 확장에 매진하는 동안에도, 행사장 곳곳에서는 국내 바이오 산업의 연착륙과 재도약을 위한 구조적 진단 및 해법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임상시수탁기관(CRO)인 디티앤씨알오 관계자는 "바이오 산업이 확실히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대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 올해를 본격적인 반등의 해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임상시험수탁기관 업계는 바이오 투자심리 위축과 업황 침체의 여파로 수년간 수익성 악화를 견디며 비상 경영 수준의 긴축을 이어왔다.
씨엔알리서치 관계자는 "올해 상당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일부 업체가 정리되면서 상위권 회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것도 실적 개선의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신약이나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들의 시각은 달랐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신약개발 스타트업 대표는 "투자자들이 기술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초기 벤처들은 여전히 업황 침체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성장펀드 '낙수효과 있을까'…소기업 시름
참석자들은 국민성장펀드 등 대규모 정책 펀드의 투자처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국민성장펀드 자금의 상당 부분이 이미 규모를 갖춘 대형사에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의약품위탁개발사업(CDMO) 등을 위해 국민성장펀드 신청을 준비 중인 곳도 있었다.
이에 따라 정작 수혈이 절실한 중소벤처와 스타트업은 여전히 정책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바이오 소부장 기업 대표는 "이번 국민성장펀드에 지원했지만 기업 규모가 작고 당장 눈앞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기업 대표는 "대기업에 대한 지원은 이해하지만, 초기벤처로 자금이 흐르지 않는 구조가 문제"라며 "임상 3상 등 후기 단계 지원과 함께 초기 단계에도 정책적 지원이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복상장 규제, 중국 '물량 공세' 우려
제도적 규제와 글로벌 경쟁 심화도 주요 화두였다. 특히 정부의 중복상장 규제 방침으로 기업공개 및 회수 전략에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투자해 놓은 기업들이 중복상장 이슈에 걸려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회수 시장이 막히면 신규 투자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는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넘어 기술력까지 확보하며 국내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신약개발기업 대표는 "최근 참가한 미국 암연구학회에서 중국의 압도적인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들을 목도했다"면서 "막대한 자금과 지원책으로 성장해가는 중국 바이오산업에 우리가 과연 대응 가능할지 깊은 위기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