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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초기투자 "씨앗 없는 K-바이오, 열매는 없다"

  • 2025.09.21(일) 09:00

창업 초기 투자 '전멸' 수준
'상장사·IPO기업'에만 몰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 센터에서 열린 창업부트캠프 '바이오큐브' 교육현장. 예비 및 초기 창업자 20여명이 선배 창업자들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시드투자 유치, 기술 도입, 비즈니스모델 확립 등 창업 초기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현안들이었다. 

"개인 투자 자금을 받는 것은 극렬히 반대한다."(씨앤큐어 박중곤 대표),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투자유치에 퍼스트인클래스부터 내세우는 것은 좋지 않을 수 있다."(레모넥스 원철희 대표) 

특히 얼어붙은 투자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민과 답변이 쏟아졌다. 행사를 주최한 바이오협회 이승규 부회장은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바이오분야 예비창업자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들의 도전을 도울 초기 투자는 몇년째 꽉 막힌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투자 사라진 바이오생태계

초기 투자는 바이오생태계의 시작으로 연구실에 묵혀 있던 획기적 기술과 창업자를 산업의 첫 단계로 끌어올리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초기 투자(창업) → 기업공개 또는 M&A → 수익 환수 → 재투자의 선순환 구조가 활발히 작동하면 바이오생태계와 산업에도 활력이 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바이오산업이 경색되면서 창업과 초기투자가 완전히 얼어붙었다. 연구자들과 투자자 모두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인 창업과 초기투자에 주저하기 시작했다. 

비즈워치가 2024년부터 2025년 9월초까지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신약개발기업 시드(Seed), Pre-A 시리즈 투자 현황을 살펴본 결과, 초기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한자리 수에 그칠 정도였다. 초기 투자유치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감안해도 극히 적었다. 

크로스포인트테라퓨틱스(시드, 21억원), 킴셀엔진(시드, 10억원+@), 클리켐바이오(Pre-A, 26억원+@), 캅스바이오(Pre-A, 76억원) 등에 불과했다.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인 TIPS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받은 기업을 포함하면 숫자는 더 늘어나겠지만 신약개발기업에 대한 초기 투자 기피 현상은 엄중한 현실이다. 

바이오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한 TIPS 운용사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이 어렵다보니 매출 등 실적이 있는 기업 위주로 선정하고 있다"라면서 "엑셀러레이터 기업 특성상 조기 투자 회수를 해야 재투자가 가능한데 바이오기업은 장외 주식거래도 어렵기 때문에 더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장사, IPO 기업에 몰린 벤처캐피탈

특히 적극적인 투자로 국내 바이오산업의 성장을 이끌던 벤처캐피탈의 초기 투자 행보가 사라졌다. 보로노이 창업자들이 재창업한 캅스바이오에는 한국투자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등 바이오투자에 잔뼈가 굵은 벤처캐피탈이 다수 참여했지만 킴셀엔진은 유한양행, 클리켐바이오는 드림씨아이에스 등 기업들이 전략적 투자자의 역할이 컸다. 

대신 벤처캐피탈은 코스닥 상장사나 기업공개가 임박한 기업들에 적극적으로 베팅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올릭스(1150억원), 코오롱티슈진(1225억원), 와이바이오로직스(350억원) 등과 1~2년내 기업공개가 예상되는 에임드바이오(511억원), 넥스아이(610억원), 소바젠(235억원) 등에 투자가 몰렸다. 

한 대형벤처캐피탈 심사역은 "내부적으로 신약개발기업에 대한 초기투자는 거의 중단된 상태"라면서 "기술이전 성과가 있어 기업공개 가능성이 있는 비상장 기업, 향후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상장 기업 등 수익률, 엑싯(Exit) 가능성을 주로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IRR 등 투자의 연간 수익률로 평가하는 현재 구조에서는 벤처캐피탈의 모험적인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규 부회장은 "초기 모험 투자는 공공의 영역에서 책임지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면서 "정부에서 초기 창업기업에 투자하는 소규모 펀드 결성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태펀드 운영사의 모험적인 투자를 지원할 유인책도 필요하다. 

창업 생태계 복원없인 바이오산업 육성은 '공염불'

얼어붙은 투자 시장으로 모험적인 창업자는 현저히 줄어든 상태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와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집계하는 바이오 중소·벤처기업 현황에 따르면 2020년 515곳이던 바이오벤처 창업은 2021년 절반인 257곳으로 줄어들더니 다음해인 2022년 다시 90% 가까이 급감했다. 2022년 29곳은 통계를 집계한 1992년(바이오벤처 1호 바이오니아 설립) 이후 1993년(19곳)에 이어 역대 두번째다. 

바이오산업의 위기가 지속된 2023년, 2024년도 창업은 크게 위축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류에 편승한 무분별한 창업도 문제지만 도전 자체를 포기하는 현재가 국가 바이오산업 경쟁력 관점에서는 더 문제다. 

도전적인 창업기업은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이다.

아이큐비아(2023), 이벨류에이트파마(2022)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제약기업 연구개발(R&D) 신약 파이프라인의 40~60%가 오픈이노베이션의 성과이며 이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에서 시작해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성장하고 있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도 작은 벤처 제노스코에서 시작됐다. 

지난 5일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주관하는 'K-바이오 혁신에 속도를 더하다'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K-바이오 의약산업 대도약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블록버스터급 신약 3개 창출을 내걸었다. 

이날 토론회는 각종 현안을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기존 산업 육성책 집대성한 수준", "바이오산업 위기의 본질에 대한 몰이해" 등 업계의 혹평도 이어졌다. 

한 신약개발 스타트업 대표는 "블록버스터 3개는 수많은 도전과 실패 속에서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라면서 "무너진 바이오생태계의 복원,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기회를 주는 환경 없이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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