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K-바이오' 산업은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시나요? 비즈워치는 신년기획으로 업계 최고경영자(CE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주요 임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현상에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고 본질을 깊이있게 들여다보기 위해 연락을 돌렸습니다. 경기 전망부터 투자 환경, 주목해야 할 연구개발 분야, 인력 및 정책 과제 등 산업 생태계 전반에 대해 꼼꼼히 물어봤습니다. 바이오 업계 리더들이 진단하는 2026년 K-바이오 산업은 어떨지 함께 보시죠. [편집자주]
2026년 K-바이오의 향방을 가를 '키 플레이어'는 누구일까. 국내 바이오 산업의 투자·기술·정책 환경이 동시에 변곡점을 맞은 가운데, 업계는 기술수출과 상용화 성과로 기업 가치를 입증해온 리더들을 새로운 국면을 이끌 주체로 주목하고 있다.
비즈워치가 국내 주요 상장·비상장 제약바이오 기업 및 유관 기관 핵심 임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26년 국내 바이오업계가 주목하는 인물'로 14표를 받은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1위에 올랐다. 뒤를 이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8표), 박순재 알테오젠 회장 및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대표(5표), 이재명 대통령(4표) 순으로 나타났다.
"성과로 증명한 리더십"…에이비엘·셀트리온 수장 1·2위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1963년생)는 정통 과학자 출신 창업가다. 서울대 생물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물발생학 석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분자·세포·발생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스탠퍼드 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거치며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제넨텍 등 글로벌 빅파마에서 수석연구원과 그룹리더로 근무했고, 2009년 항암항체 치료제 기업 파멥신을 공동 창업해 부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한화케미칼 바이오사업본부장으로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개발을 총괄했다.
2016년 에이비엘바이오를 창업한 그는 이중항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면역항암제와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며 회사를 빠르게 성장시켰다. 설립 34개월 만에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고, 2025년 GSK·일라이 릴리 등과 총 10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연이어 성사시키며 국내 바이오텍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며 올해 또 어떤 성과를 낼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위에 오른 서정진 회장(1957년생)은 K-바이오 1세대 창업가의 상징이다. 대기업 직장인에서 출발해 2002년 셀트리온의 전신을 창업, 바이오시밀러라는 불모지에서 글로벌 기업을 일궈냈다. 인천 송도를 바이오 산업 메카로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서 회장은 2021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글로벌 경기 침체와 바이오 시장 경쟁 심화 등 대내외 위기가 겹치자, 이를 돌파하기 위해 2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이후 대규모 시설 투자와 신약 개발 전략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다시 전면에 섰다.
60대 후반의 나이에도 미국 현지 영업망을 직접 점검하고 마케팅을 챙기는 행보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오너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책임 경영이 지니는 무게감을 분명히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는 서 회장이 올해 어떤 가시적 성과로 존재감을 다시 증명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플랫폼의 힘 증명한 '박순재·김용주' 대표 공동 '3위'
공동 3위에는 플랫폼 기술로 산업의 체질을 바꾼 리더들이 이름을 올렸다. 박순재 알테오젠 회장(1954년생)은 연구자 출신 창업가가 플랫폼 기술로 기업 가치를 극대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박순재 회장은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로 전환하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 플랫폼으로 글로벌 빅파마와 연이은 계약을 성사시키며, 알테오젠을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연구자이면서도 직접 글로벌 협상을 주도하는 전략가형 리더십, 그리고 책임 경영 행보 역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며, 올해부터 이사회 의장으로서 장기 전략과 차세대 파이프라인 발굴에 집중할 예정이다.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대표(1956년생)는 화학 기반 플랫폼으로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의 경쟁력을 입증해온 인물이다. 서울대 화학과와 카이스트(KAIST) 유기화학 박사 출신으로, LG화학에서 20년 넘게 신약 연구를 이끌며 국내 최초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국산 신약 5호 '팩티브'을 포함해 다수의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리가켐바이오를 2006년 설립한 이후 ADC에 집중하며 독자적인 기술 노선을 구축했다.
리가켐바이오의 '콘쥬올(ConjuALL)' 플랫폼은 항체와 페이로드(독성약물)를 연결하는 링커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 일본 오노약품 등과 다수의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켰다. 김 대표는 R&D 중심의 조직 운영과 속도감 있는 개발 전략을 바탕으로, 플랫폼 기반 파이프라인 확장과 기술수출을 병행해 왔다. 올해 리가켐바이오가 ADC 플랫폼을 기반으로 추가 기술이전 성과와 임상 진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혁신 기술 상업화 핵심은 '리더십'
이번 조사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건 기업인이 아닌 이재명 대통령이 5위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이는 2026년 바이오 산업의 향방이 개별 기업의 기술력이나 경영 전략을 넘어, 정부의 정책 환경에 의해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재명 정부는 바이오 산업을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글로벌 5대 바이오 강국 도약'을 목표로 규제 혁신과 기술·인력·자본의 유기적 연계, 공정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해왔다. 특히 지난해 바이오 분야 규제 혁신과 심사 기간 단축, R&D 인프라 확충, 공공 투자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산업 지원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선 바 있다. 업계는 이러한 정책들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들 경우, 침체된 투자 심리 회복과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선정된 리더들의 특징은 독보적인 플랫폼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서 가치를 입증했거나, 산업 구조 전체를 재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증명해온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를 비즈니스로 완결 짓는 리더십 없이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뛰어난 혁신 기술이라도 그것을 상업적 가치로 연결할 수 있는지 여부는 결국 리더의 역량에 달려 있다"며 "K-바이오의 키 플레이어들이 그동안의 성과에서 나아가 올해는 또 어떤 결과물을 도출하며 회사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