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항서제약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항서제약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항서제약은 지난 12일 대형 제약사인 BMS와 152억 달러(약 22조원) 규모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선급금 규모만 6억달러(약 9000억원)에 이르는 대형 계약이다.
BMS·MSD·GSK 연이은 빅파마 '러브콜'
항서제약과 BMS는 이번에 대규모 '패키지 딜'을 맺었다. BMS는 항서제약의 초기 항암·혈액암 후보물질 4종을 포함해 총 13개 프로그램의 글로벌 권리를 확보했다. 반면 항서제약은 BMS의 면역질환 자산 4종의 중국 내 권리를 가져온다.
BMS 입장에서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초기 탐색 단계를 이미 데이터가 축적된 항서제약의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항서제약의 빅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4년에는 MSD, GSK와 각각 17억7000만달러, 120억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고 한 해 앞선 2023년에는 머크와 14억 유로의 기술이전 및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최근에는 나스닥 바이오텍 기업공개 역사상 가장 많은 자금을 확보한 신생 바이오텍(뉴코) '카이레라 테라퓨틱스'에 비만약 파이프라인 4종을 제공하며 기술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압도적 R&D 속도와 혁신신약 개발 경험
빅파마들이 이토록 항서제약에 열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압도적인 R&D 물량과 속도다. 서구권 제약사가 1개의 물질을 검증할 때 항서제약은 10개에 가까운 후보물질을 쏟아낸다.
여기에 중국 특유의 빠른 임상 환자 모집 능력이 더해지며, 특허 만료를 앞둔 빅파마들에게 가성비 좋은 '혁신 자산 공급처'가 된 것이다.
게다가 항서제약은 표적항암제 아파티닙,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을 실제로 상업화하는 데 성공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중국발 물질도 상업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자, 빅파마들은 항서제약의 자산을 패키지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등 미국 정부와 의회의 중국 기업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는 지정학적 상황도 존재하지만, 항서제약이 가진 '압도적 R&D 역량'이라는 매력은 빅파마의 발길을 막지 못했다.
복제약 기업서 '혁신 신약' 리더로…K-바이오의 거울
연 매출 7조원 규모의 대형 제약사로 거듭난 중국 항서제약의 원동력은 혁신 신약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향한 과감한 결단과 도전이었다.
1970년 설립된 항서제약은 초기만 해도 중국 내수 시장을 겨냥해 항암제와 마취제 등 제네릭(복제의약품)을 공급하던 전형적인 전통 제약사였다.
성장의 변곡점은 2000년 상장이었다. 항서제약은 기업공개를 통해 확보한 현금을 R&D에 집중 투자하기 시작했고, 그 결실로 2014년 표적항암제 '아파티닙'을 승인받으며 혁신 신약 개발 기업으로서 시장의 재평가를 이끌어냈다.
아파티닙의 성공 이후 항서제약은 면역항암제(캄렐리주맙)를 비롯해 차세대 플랫폼인 항체약물접합체(ADC), 경구용 펩타이드 등으로 R&D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해 나갔다.
현재 항서제약은 매출의 25% 이상을 연구개발에 쏟아붓는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15개의 R&D 센터를 보유한 글로벌 기술수출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항서제약은 안정적인 내수용 복제약 시장에 머무르는 대신 글로벌 신약이라는 험난한 길을 선택했다. 글로벌 도약을 꿈꾸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