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국산 신약 허가 건수가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 들어 큐로셀의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 '림카토주(안발캅타젠오토류셀)'와 퓨처켐의 전립선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프로스타뷰주사액(플로라스타민)'이 국산 신약 42호와 43호로 각각 허가를 받은데 이어 유력한 차기 국산 신약 후보 3개 품목이 줄줄이 허가 심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국산 신약은 통상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3상 완료까지 10년 이상의 연구개발(R&D) 기간과 수천억 원에 달하는 투자가 수반되는 만큼, 허가 획득은 단순한 제품 출시를 넘어 기업의 기술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상징적 이정표로 여겨진다.
자체 개발 신약은 제네릭(복제의약품)과 달리 독자적인 물질특허를 보유해 장기간 시장 독점권을 확보할 수 있어,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할 경우 기업 가치와 글로벌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이 된다.
42·43호 잇달아 탄생…국산 신약, 첨단 치료 영역 확대
1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산 신약 42호와 43호를 연속 허가한 데 이어, 현재 44호 자리를 놓고 한미약품·셀비온·지엘팜텍 등이 개발한 3개 품목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세 품목이 모두 올해 안에 허가를 획득할 경우 2015년과 2021년 각각 기록한 연간 4개 허가 기록을 뛰어넘는 역대 최다 기록이 탄생하게 된다.
식약처는 지난달 큐로셀의 CAR-T 치료제 '림카토주(안발캅타젠오토류셀)'를 국산 신약 42호로 승인했다. 국내 최초 CAR-T 치료제 허가로,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의 새로운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이달 초에는 퓨처켐의 전립선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프로스타뷰주사액(플로라스타민)'이 43호로 이름을 올렸다. 두 품목 모두 기존 화학합성·바이오의약품의 경계를 넘어 첨단 치료 영역으로 국산 신약의 저변을 넓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차기 후보 3개 품목 대기…비만·전립선암·안구건조증 치료제
여기에 차기 국산 신약 후보 3개 품목이 허가 심사를 진행 중이어서 올해 국산 신약 러시가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주 1회 주사형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HM11260C)'다.
지난해 12월 품목허가를 신청한 이후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임상 3상에서 40주차 평균 체중 감소율 9.75%를 달성했으며 최대 30% 수준의 감량 효과도 확인됐다. 기존 GLP-1 제제 대비 위장관 부작용이 적고 심혈관 안전성이 우수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을 비만 치료 기준으로 삼는 서구권과 달리 체지방 축적이 상대적으로 높은 아시아인의 신체 특성을 반영해 BMI 25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된 한국형 비만치료제라는 점에서 국내 시장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미약품은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2형 당뇨병·심혈관·신장 질환으로 적응증(치료 범위) 확대를 위한 임상도 병행 중이다.
셀비온의 전립선암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177Lu-포큐보타이드'는 임상 2상 결과를 토대로 작년 12월 조건부허가를 신청, 올해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조건부 허가란 암 등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질환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조기에 제공하기 위해 임상 2상 결과만으로도 우선 시판을 허용하되, 이후 일정 기간 내에 3상 임상 결과 등 추가 자료를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허가하는 제도다. 국산 신약으로 지정될 경우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으로는 사상 최초 사례가 된다.
지엘팜텍이 2017년 동아에스티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아주약품과 공동 개발한 안구건조증 치료제 '레코플라본'도 국내 임상 3상을 완료하고 작년 11월 허가를 신청,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레코플라본은 항염증 및 점액 분비 촉진 기능을 통해 장기적인 안구 표면 치료를 겨냥하며, 3상에서 안구 표면 질환 점수(OSDI)와 안구 불편감(ODS) 모두 유의미한 개선이 확인됐다. 국내 안구건조증 치료제 시장은 약 5000억원 규모로, 회사는 수년 내 10% 점유율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 신속심사 제도로 국산 신약 허가 러시
업계는 올해 국산 신약 허가 러시의 배경으로 식약처의 허가 혁신 프로세스를 꼽는다. 식약처는 지난해부터 품목별 전담팀 구성, 대면 심사 확대, GMP 조기 실태조사 등을 통해 신약 허가 기간을 기존 420일에서 295일 이내로 단축하는 혁신 프로세스를 시행 중이다.
여기에 국산 신약 42호인 림카토주와 후보 품목인 에페글레나타이드, 177Lu-포큐보타이드가 지정받은 GIFT(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제도도 허가 속도를 높이는 핵심 축으로 꼽힌다.
GIFT는 암 등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희귀질환 치료제 중 혁신성이 뛰어난 의약품을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해 환자에게 빠른 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다. GIFT 지정 품목은 법정 심사 기간(근무일 기준 120일)보다 25% 단축된 90일 이내 심사가 이뤄지며, 실제 평균 심사 기간은 70일 수준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신속심사 제도 도입 이후 허가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신청도 활발해지고 있다"며 "세 후보 품목이 모두 올해 허가를 받는다면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하며 K-바이오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