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종합화학과 사빅(SABIC)의 합작사업 첫 작품인 울산 넥슬렌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SK그룹의 주력 사업장 중 하나인 울산 콤플렉스와 차량으로 5분 거리에 있는 이 공장을 바탕으로 SK는 넥슬렌 사업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갈 예정이다.
지난 7일 찾은 넥슬렌 공장은 준공식 준비에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이 사업을 진두지휘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인 사우드 빈 압둘라 빈 투나얀 알 사우드 사빅 회장을 비롯해 각 사 주요 경영진들이 직접 공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10년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고 글로벌 시장을 향한 항해에 나선다”며 “항해에는 높은 파도도 몰아칠 것이지만 양사의 파트너십으로 이를 충분히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울산 넥슬렌 공장 전경 |
1만9000평 부지에 건립된 이 공장은 연간 23만톤 규모의 넥슬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일반적인 생산 공장과 비교하면 크지 않은 규모다. 이는 SK종합화학이 자체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 생산이 가능한지를 테스트하는 샘플 플랜트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양사는 울산 공장에 머물지 않고 2020년까지 사우디와 미국에 각각 제2, 제3의 넥슬렌 생산공장을 지어 연간 10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합작법인을 설립할 때 이미 사우디에 제2공장을 짓기로 합의가 된 상태”라며 “또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미국 공장 건립 이야기도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넥슬렌은 고성능 폴리에틸렌 제품으로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의 소재로 사용된다. SK종합화학은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을 만들 때 사용되는 촉매(메탈로센 촉매)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넥슬렌을 생산하는 독자 기술을 만들어냈다.
넥슬렌은 제품 물성을 조절해 LLDPE와 MDPE, POP, POE 등 4가지 제품군으로 분류해 생산할 수 있다. LLDPE는 식품 포장 및 용기, MDPE는 완구와 파이프 제품, POP는 포장 필름, POE는 자동차용 컴파운드와 신발용 발포 제품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 넥슬렌 공장은 전 공정이 자동화돼 있으며 중앙 컨트롤 센터에서 설비를 운영한다.(넥슬렌 공장 컨트롤 센터) |
일반적으로 한 공정에선 한 가지의 제품만 생산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이 공장에선 LLDPE(23만톤)와 POE(15만톤)의 두 가지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제품 수요에 따라 유기적으로 생산량을 조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장 투어를 진행한 SK종합화학 관계자는 “한 공정에서 두 개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고기능 폴리에틸렌 시장은 다우(DOW)와 엑슨모빌(Exxon), 미츠이(Mitsui) 등 3개사가 전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물질을 생산하는데 있어 필요한 기술과 관련된 특허장벽이 높은 탓이다.
SK는 자체 개발한 기술로 만드는 넥슬렌으로 이 시장에 뛰어든다. 사빅의 영업망과 자본력은 SK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SK 관계자는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인 사빅의 영업 및 자본력과 SK의 기술이 만나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마케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고기능 폴리에틸렌 제품 가격은 톤 당 1700달러 수준인데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만큼 초기에는 경쟁사보다 가격을 조금 낮추고, 이후에 정상가격으로 올릴 것”이라며 “다만 미츠이보다는 제품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에 그보단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넥슬렌 공장은 상업가동을 시작한 상태다. 생산설비들은 엄청난 굉음과 함께 고기능 폴리에틸렌인 넥슬렌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공장에서 만들어진 넥슬렌 제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