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가(家) 형제간 갈등이 일단락됐다. 그 동안 지루하게 이어졌던 소송전을 끝내고 서로의 갈 길을 응원하기로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새 지주사 출범 작업을 마친 날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1일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의 합병을 완료하고 '금호홀딩스(Kumho & Company Incorporation)'라는 새 지주회사명으로 오는 12일 공식 출범한다고 밝혔다.
금호홀딩스에는 박삼구 회장과 현재 금호터미널 대표인 김현철 사장이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금호아시아나는 "금호홀딩스는 자체사업으로 터미널 사업을 영위하면서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등을 자회사로 보유하는 안정된 지주회사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5월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의 합병을 결정하고 실무 작업을 진행해왔다. 금호기업은 박삼구 회장 등 오너 일가가 69.6%의 지분을 보유한 그룹 지주회사로, 금호산업 지분 46.5%을 보유해 그룹을 지배해온 회사다.
금호터미널은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100% 자회사였지만 지난 4월 이 그룹은 이 지분을 금호기업으로 넘겼다. 이번 합병은 금호터미널이 모회사인 금호기업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여태껏 이 같은 계열사 매각과 합병에 대해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측은 "문제가 있다"며 반발해왔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를 보유한 2대주주로, 이 매각이 아시아나항공에 손실를 끼쳤다고 주장하며 자료 제공 등 소송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 지주사 합병 발목 잡던 '형제갈등' 해소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이사 등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사건을 서울 남부지검에 형사 고소했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기옥 금호아시아나 대외협력담당 사장(전 금호터미널 및 금호석유 대표)을 상대로도 서울 고등법원에서 'CP 부당지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등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금호석유화학 측은 이날 그동안 금호아시아나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지난 10일 모두 취하했다고 밝혔다. 5월 신고한 금호아시아나의 지주사 합병작업이 석달이 지난 현 시점에야 이뤄진 것도 이런 금호석유화학 측과의 화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관측이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이와 함께 ‘금호’ 브랜드를 두고 진행 중이던 상표권 소송은 양측이 원만하게 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그 동안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갈등은 금호아시아나의 새 지주사 출범과 함께 일단락된 셈이다.
지난해 박삼구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을 위한 금호산업 인수에 성공한 후, '가족간 화합'을 언급하며 화해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두 형제의 갈등은 이어지고 있었다.
◇ 위기의식이 갈등 해결로.."제 갈 길 간다"
대내외 경기침체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오히려 갈등 해결의 실마리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금호석화는 이번 소송 취하의 배경에 대해 “글로벌 경제상황과 경쟁여건 불활실성 및 불안이 더욱 높아지는 추세로 한국 경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산업별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많은 기업들이 생사 위기에 처해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금호석유화학은 주주와 시장 가치를 추구했지만 결과적으로 경제주체 간 갈등이 부득이하게 야기됐다”며 “이는 국내 제도 및 정서상의 한계에 부딪혔고, 이러한 상황은 서로의 생사 앞에서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양사는 모든 송사를 내려놓은 만큼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앞으로 회사의 가치를 높이고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기업 본연의 목적에 집중할 것”이라며 “금호아시아나그룹도 하루 빨리 정상화돼 주주와 임직원,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금호석유화학의 모든 소송 취하에 대해 존중하고, 고맙게 생각한다"며 "그 동안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죄송스럽고, 이번 일을 계기로 양 그룹 간 화해를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