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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일우재단]③결혼까지 간섭?…장학 규정도 '갑질' 논란

  • 2018.05.15(화) 15:12

한국인과 한국에서 결혼땐 지원중단…이성고민도 통보해야
삼성·롯데 등 다른 대기업 장학재단 비해 일반적이지 않아

1991년 2월 문을 연 공익법인 일우재단은 28년 역사 가운데 지금 가장 두드러진 유명세를 타고 있다. 'Mrs.DDY'(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의 공식 직함이 일우재단 이사장이어서 연일 재단 이름이 세간에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유명세와 달리 일우재단의 모습은 아직까지 자세히 알려진 바 없다. 비즈니스워치는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란 열 글자를 다시 생각해봤다. 재단이사장 이명희씨의 자격논란, 일우재단의 자산과 사업방식, 상식과 동떨어진 재단 규정을 3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 서울 중구 서소문로 대한항공 빌딩 외벽에 일우재단의 전시관 일우스페이스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붙어있다.(사진= 이명근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가 10년째 이사장으로 있는 일우재단은 장학금을 지원하는 학생의 사생활까지 통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혼할 상대의 국적을 제한하고 이성 관계 고민도 재단에 우선적으로 알려야 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일우재단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외 학생들에게 등록금·생활비를 지원하는 장학사업을 목적으로 만든 공익재단이다. 1998년부터는 국내장학생외에 해외 저개발국가 장학생도 선발해 지원하고 있다. 현재는 대상 국가를 확대해 몽골,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등 3개국 학생들이 국내 대학(인하대·항공대·한림대·이화여대)에 유학올 경우 학자금과 체제비를 지원한다.

 

일우재단이 만들어진 1991년부터 지금까지 적용하고 있는 '장학생 지원 규정'은 다른 장학재단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통상적인 장학금 지원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성적은 B학점 이상을 유지해야 하고, 장학금 수혜 중 휴학은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조건이라고 보기 어려운 규정도 있다. 대표적으로 장학생의 결혼문제를 관여하는 내용이다. '몽골국적 이외의 사람과 한국 내에서 결혼할 경우 장학금 외 일체의 재단지원을 중단한다'는 게 그것이다.

 

예컨데 일우재단 장학금을 받는 몽골 국적 국내유학생이 본인의 국적 이외의 사람, 가령 한국인과 한국에서 결혼을 할 경우 장학금 지원이 끊기게 되는 것.  현재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유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결국 재단으로부터 장학금 수혜를 받는 해외 학생은 결혼할 배우자의 국적과 결혼 장소까지 일우재단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셈이다.

이러한 장학금 규정을 왜 만들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일우재단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재단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메일로 서면 질의도 보냈지만 답변이 없었다. 결국 대한항공에 장학생 지원 규정의 배경을 물어봤다.

대한항공 홍보팀 관계자는 "해당 규정이 만들어질 당시 몽골장학사업만 수행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으로 확장해 동일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며 "결혼 관련 제한 규정의 주 목적은 장학 프로그램을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대기업이 운영하는 삼성꿈장학재단·롯데장학재단·현대차정몽구재단에 문의한 결과, 일우재단과 같은 결혼 관련 규정은 없다. 개발도상국 학생에 대한 장학사업을 하는 삼성꿈장학재단 관계자는 "학업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 결혼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결혼 관련 규제는 없다"고 말했다. 롯데장학재단 관계자 역시 "장학금 수혜 기간 중 학업을 유지한다면 결혼하는 것은 상관없다"고 밝혔다. 

 

일우재단에는 이성·인간관계 등 사생활에 해당하는 고민도 재단에 우선적으로 도움을 요청해 해결책을 찾으려고 해야한다는 규정도 있다. 이는 장학생이 재단에 통보해야할 사항으로 구체적으로 적시한 내용이다. 이와관련 대한항공 관계자는 "장학생 관리 의무가 있기 때문에 포함한 내용으로 재단에서 학생들을 사찰하거나 통제하려고 만든 규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우재단의 장학금 규정은 이러한 내용을 포함, 장학생의 의무 사항을 숙지해 반드시 따라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불이행시 장학금 지급을 중단하고 귀국 조치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하고 재단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한다고 밝히고 있다.   

출입국을 제한하는 내용도 있다. '유학기간 중 출입국 관련' 내용에는 학기 중에는 기본적으로 출국을 허가하지 않고 부득이 귀국해야 할 중대한 사유가 발생했을 경우 재단 승인 취득 후 귀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교환학생이나 유학처럼 학기를 유지할 수 없는 장기 출국의 경우 재단에 사전 통보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우재단은 2박3일의 짧은 여행 등 학기를 유지할 수 있는 출입국까지 모두 재단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했고, 학기 중이 아닌 방학기간 출입국도 재단에 사전 보고하도록 했다.

 

출입국 규정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재단은 단순히 장학금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장학생을 관리하고 이들의 신원보증까지 하고 있다"며 "재단이 직접 장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장학생의 신상과 소재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꿈장학재단 관계자는 "장학금을 받는 기간 중 학업을 유지한다면 단기여행은 개인의 자유"라고 밝혔다. 

이처럼 일우재단의 일부 이해할 수 없는 규정은 다른 대기업 장학재단의 운영방침과는 차이가 있다. 롯데장학재단은 일정 수준이상의 학점과 봉사활동 25시간, 최소 12학점 이상 이수, 연구실적 등을 장학생 자격유지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혼과 단기 출입국 문제에 관여하는 규정은 없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은 장학생이 해야 할 의무사항으로 신규 장학생 증서수여식·대학생 장학생 여름캠프·대학생 학술세미나 등 연 3회 장학생 행사 필수 참석을 규정하고 있다. 또 성적과 연구 진행상황을 기준으로 장학생 계속 지원여부를 심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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