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사이드미러(외부 후방거울)도 젖어 창을 내려서 닦기도 하는데 팔도 젖고 비도 들이쳐서 위험하잖아요. 조수석은 팔이 닿지 않고요. 그래서 만들어 봤어요. 장착돼 있는 동력과 공조기 성능만으로 사이드 미러에 강한 바람을 불어 비오는 날도 안전하게 운전하도록 한 겁니다." - '비도 오고 그래서' 팀, 박재형 연구원
"급제동 때 ABS(anti-lock brake system, 잠김방지 브레이크 시스템)가 작동하는 느낌이 생소해 오히려 브레이크를 풀었다가 사고가 났다는 얘기를 들었죠. 이런 장치가 있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사고를 막을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그래서 이런 기능을 운전자가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해봤죠." - '런 앤 필(Learn & Feel)' 팀, 김택조 연구원
"중국 대형 주차장에는 바닥에 거의 모두 번호가 매겨져 있어요. 요즘 차는 거의 모두 후방 카메라가 내장돼 있고요. 주차할 때 이 번호를 인식해 운전자 휴대폰으로 자동전송하면 큰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찾는 번거로움이 없어지지 않을까요?" - 중국연구소 '히어 아이 엠(Here I am)' 팀, 황진 연구원
▲ 계단 등 장애물을 오르내릴 수 있는 휠을 장착한 개인형 이동수단 '나무'/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
30일 경기도 화성 남양읍 소재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에서는 연구원들이 직접 제작한 신개념 미래 이동수단과 차량 내 편의시설을 선보이는 '2018 연구개발(R&D) 아이디어 페스티벌'이 열렸다. 연구원들이 자기 업무와 상관없이 팀을 이뤄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하고 실물 제품을 제작해 경연을 펼치는 자리다.
지난 2010년 시작된 이 행사는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R&D) 내 열린 연구문화 조성에 기여하고 연구원들의 열정, 창의력을 끌어내기 위한 장(場)이다. '모빌리티 및 응용기술', '카 라이프(Car Life, 차량 내 유틸리티)', '카 라이프- 해외연구소 특별' 등 총 3개 부문으로 경쟁이 이뤄졌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3월과 5월 각각 모빌리티 및 응용기술, 차량 내 유틸리티를 주제로 연구원들에게 공모를 진행했다. 이 중 참신하고 독창성이 돋보이는 12개 팀의 작품이 이날 열린 본선 무대에 올랐다. 올해는 미래를 선도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모빌리티 및 응용기술, 곧바로 차량에 적용할 수 있는 차량 내 유틸리티가 주제였다.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지를 두고 심사가 이뤄졌다.
대상은 모빌리티 및 응용기술 부문에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개인형 이동수단(퍼스널 모빌리티)를 출품한 '나무' 팀(최진 정훈 조선명 이정우 연구원)이 차지했다.
▲ '2018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 최진 연구원이 출품작 '나무'를 시연하고 있다./사진=현대기아차 제공 |
빗살처럼 생긴 휠이 평지에서는 같은 길이로 구르다가, 계단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길이가 알맞게 변형돼 오르막이나 평지처럼 큰 충격없이 지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바퀴는 고정된 형태의 타이어가 아닌 레이저로 가공한 방사형 고무재질로 만들어 지형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 장착했다.
실제로 출품작을 발표한 최진 상용디젤기능시험팀 연구원이 심사위원단 앞에서 연구소 5~6개 계단을 쉽게 오르 내리자 행사장에는 "와~" 하는 탄성이 터지기도 했다. 최 연구원은 수상 후 소감에서 "궁극적으로 이걸 휠체어로 만들면 장애인들의 이동 한계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모빌리티 부문에서는 대기정화·회생제동·배터리 등 다양한 기능을 보유한 휠(올 인 휠)이 최우수장을 받았고, 형태 변형이 가능한 공기주입식 시트(빅 히어로), 자동차 운전용 마우스 형태 핸들(아틀라스 프로젝트), 공간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전기차 자동충전 시스템(히든 차저) 등이 본선에 올라 우수상을 받았다.
▲ 유틸리티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비도 오고 그래서' /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
유틸리티 부문에서는 옆 거울과 창에 맺힌 빗물을 바람으로 제거하는 설비(비도 오고 그래서)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설비는 와이퍼 모터를 활용해 남는 동력으로 공기를 압축시켜 거울에 강하게 쏨으로써 시야를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차 옆유리 창도 공조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해 바람을 쏴 물기를 제거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차량 안전기술을 정차 상태에서 사전 체험해볼 수 있는 장치(런 앤 필), 수소차에서 발생한 물을 활용해 식물을 재배하거나 세차도 할 수 있는 장치(숲어카), 아이오닉 전기차 전면부에 쇼핑 카트를 내장토록 한 장치(아이오닉 카트), 취향에 따라 차량 내부 향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기술(H-아로마) 등은 우수상을 받았다.
▲ 유틸리티 부문 우수상 수상작 '숲으로' /사진=현대기아차 제공 |
해외연구소 특별 부문에는 옌타이(연태) 소재 중국연구소에서 두 작품이 본선에 올랐다. 스마트폰으로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는 '히어 아이 엠'이 최우수상을, 중국 특유의 '변검' 처럼 취향과 상황에 따라 차 앞 그릴을 수시로 바꿀 수 있는 '킹 오브 마스크'가 우수상을 받았다.
특히 이번 출품작들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바로 양산차에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 적잖아 상품성 측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행사에 참여한 양웅철 현대기아차 연구개발 총괄담당 부회장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대단하다. 예전보다 훨씬 현실감 있는 내용이 많았다"며 "연구원들이 밤 늦게, 또 주말까지 모여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을 보니 미래가 든든하다"고 말했다.